대출 규제·부동산 PF에 성장성 '발목'…충당금 부담 덜어 이익은 크게 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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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업황 전망
올 들어 은행주가는 부진한 모습이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증가,중소형 건설사 법정관리 신청,상호저축은행 사태 등의 부정적 뉴스가 잇따르면서 장기성장성 둔화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PF 부실로 성장성 둔화시장의 우려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과거 고도성장기 후유증에 대한 우려이고,둘째는 향후 성장둔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다. 부동산PF와 조선 해운 등 경기민감 업종의 부실채권 처리문제 등은 고도성장기의 후유증이다. 은행권의 2006~2008년 3년간 대출성장률이 연평균 14%가 넘었다. 하지만 고객예금에 비해 조달비용이 높은 양도성예금증서(CD) 은행채 등 시장성 수신에 자금 조달을 의존해 같은 기간 순이자이익 성장률은 연 5%에 미치지 못했다. 은행 간 대출금리 경쟁으로 순이자마진(NIM)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2006년 이후 은행들은 방카슈랑스,펀드 등의 판매에 집중하며 이자이익에 편중된 수익구조를 수수료이익으로 커버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최근 다시 우려가 부각된 부동산 PF대출 관련 건설업계의 신용경색 현상과 이에 따른 일부 건설회사의 법정관리 신청,저축은행 영업정지 등의 이슈는 새로운 악재라기보다 과거 성장기 후유증의 마지막 치료 단계로 판단된다.
은행들은 PF채권에 대해 지난해 2분기와 3분기에 걸쳐 충분히 충당금을 적립했고,올해도 PF 부실채권을 추가 감축할 예정이라 충당금 부담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크게 보면 국내 은행들은 구조적 전환기로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에는 호경기에 과감한 대출 드라이브를 걸고 불경기에 이를 회수하거나 억제하는 경기순응적인 행태를 보였지만,앞으로는 경기가 좋아져도 과도한 대출성장을 추진할 수 없는 규제 환경에서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규제가 CD를 제외한 예대율이 100%를 넘지 못하도록 한 것과 바젤3 유동성 규제다. 동시에 CD 은행채 등을 통한 시장성 자금 조달의 기회비용을 높여 예금을 통한 대출성장만 가능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2000~2010년의 10여년 동안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연 6.87%,은행 총수신은 연 8% 증가했다. GDP성장률의 1.2~1.4배 수준인 예금성장률을 감안할 때 앞으로 두 자릿수 대출 증가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바젤3 자본규제 역시 은행업의 본질로 회귀하도록 규제의 방향이 선회하고 있다.
◆은행권 올 이익전망은 양호
은행의 순이익 규모를 결정짓는 3대 요인은 순이자마진(NIM),여수신 성장세,대손충당 비용이다. 이들은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은행의 실적을 좌우한다. 성장을 지나치게 추진하다 보면 단기적으로 NIM이 훼손되고 중 · 장기적으로 대손비용 증가가 수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순이자마진과 대손비용에만 치중하면 여수신 성장이 위축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먼저 NIM은 한국은행 기준금리의 점진적 인상기조로 인해 올 상반기까지는 견조한 증가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에 하락압력이 있겠지만 예상보다 폭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신규대출 부문은 우량 기업 위주로 대출성장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고,기업대출의 91일물 CD금리 대비 가산금리는 주택담보대출보다 높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대출 경쟁 심화로 인해 예상보다 금리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하반기 NIM 축소 폭이 커질 가능성은 있다. 올해 은행들이 목표로 하는 대출성장률이 명목 GDP성장률 수준인 6~7%인 점을 감안할 때 금리경쟁으로 NIM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다만 부동산경기의 침체 지속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의 수요가 낮은 가운데 기업대출 중심으로 성장목표를 달성해야 하고 우량기업 위주로 대출금리 경쟁을 펼쳐야 하는 만큼,NIM 축소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국제회계기준(IFRS)의 도입으로 경험손실률(일반적으로 과거 5개년 기준)에 따라 충당금을 쌓게 되면서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올해 은행권의 순이익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분기는 현대건설 매각이익 등 일회성 이익이 크게 늘어나며 이익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어려운 대내외 환경속에서도 올해 은행들의 이익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지만 중 · 장기 성장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기존 수익모델의 업그레이드를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금리 경쟁보다는 차별화된 금융상품과 서비스 개발로 경쟁력을 높여가야 한다. 해외진출도 글로벌 금융사들보다 경쟁력 있는 상품과 서비스 없이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또 은행 간,은행 · 비은행 간 시너지 확대를 위한 인수 · 합병 등을 통한 성장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다.
최진석 우리투자증권 연구원 jason.choi@wooriw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