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경제주권 박탈 위기

EU, 350억유로 지원 조건…그리스 경제 고강도 개입案
아일랜드도 "추가 지원 필요"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인 가운데 아일랜드마저 추가 구제금융을 요청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유럽연합(EU)은 그리스발 재정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그리스의 경제주권을 박탈하는 수준의 강도 높은 경제정책 개입을 전제로 추가 지원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29일 "아일랜드 정부 관계자가 '아일랜드가 EU와 국제통화기금(IMF)에 추가 구제금융을 요청할지도 모른다'고 시인하며 아일랜드의 자본조달 능력에 의문을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레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교통장관은 영국 더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아일랜드가 내년에 정상적인 자본시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며 "아마도 글로벌 금융시장에 정상화된 아일랜드가 컴백하는 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바라드카르 장관은 이어 "아일랜드가 2013년까지 자본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자금조달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늦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며 "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이 늦어질 경우 이는 (EU와 IMF의) 2차 지원 프로그램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아일랜드가 2차 구제금융 요청 가능성을 내비친 가운데 EU는 전례 없이 가혹한 긴축안을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 집행 요건으로 내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EU가 그리스 정부와 최대 350억유로 규모 추가 지원 방안을 논의하면서 가혹한 전제조건을 내걸었다"며 "그리스의 세금 징수와 국영 자산 민영화에 전례 없는 수준의 외부 개입을 허용하는 것 등이 EU가 제시한 조건"이라고 보도했다.

EU는 이와 함께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민간 채권자들이 자발적으로 상환기간을 연장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그리스 내에서 기존 긴축정책에 대한 반발도 큰 데다 이미 지난주 야당이 긴축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혀 그리스가 추가 긴축 조건을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