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금속업계 '金 함량기준' 놓고 갑론을박

영세업체 "오차범위 인정해야"…대형사 "오차 없어야 신뢰"
1일 현장검증 통해 '결론'

"영세 제조업체들은 다 도산하란 말입니까!" "대놓고 금을 덜 넣겠다고요? 판매상만 피해 봅니다!"

귀금속업계가 '0.2%' 때문에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귀금속의 함량 기준을 정한 산업표준안 제정을 앞두고,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금 제품의 표시 함량에 0.2%의 오차범위를 인정해 주느냐 마느냐를 놓고서다. 오차를 인정한다는 것은 순금이 각각 75%,58.5% 들어가야 하는 18K,14K 제품에 금이 74.8%,58.3%만 들어 있어도 정상적인 18K,14K 제품으로 인정해주는 것을 말한다. 업계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특정인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날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무리한 기준… 영세업체 직격탄"

현재 귀금속 함량의 오차범위에 대한 규정은 없다. 다만 업계에서는 관행적으로 ±0.5%를 적용해왔다. 이 때문에 일부 판매상이 금 함량을 속이더라도 제재 근거가 마땅치 않았고,귀금속 시장에 대한 소비자 불신도 깊었다.

업계 10여개 직능단체장 모임인 한국귀금속보석단체장협의회 측은 이런 상황을 반영해 2009년부터 KS표준안 제정을 추진해왔다. 다만 제조 공정에서 재료의 일부 멸실이 불가피하다는 점과 검사 과정의 오차 가능성 등을 감안해 ±0.2%의 오차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원헌 귀금속보석단체장협의회장은 "대부분 업체가 너무 영세해 단계적으로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오차범위 제로를 구현할 수 있는 고가의 세공장비는 국내에는 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10대 정도밖에 보급이 안 돼 있다"며 "1억원 이상의 고가 장비여서 영세업체들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선진국 중 오차 인정하는 곳 없어"

반면 오차 인정을 반대하는 쪽은 오차범위를 명문화하는 것은 오히려 소비자 불신을 증폭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제조업체들이 현 역량에서도 정해진 함량을 충분히 맞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안에 반대하고 나선 조기선 국제보석학원장은 "제조 과정에서 0.2% 정도의 손실이 발생한다면 몇백원 더 들여서 금을 더 넣어 함량을 맞추면 된다"며 "플러스 마이너스(±)라고 정했지만 결국 시중엔 -0.2% 제품만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새 KS표준이 채택되면 금 함량을 속이는 행위를 공정거래법 등에 따라 처벌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생긴다. 소비자들이 각종 귀금속 제품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생산비가 일정 부분 늘어날 수밖에 없고,소비자 가격에 상당 부분 전가될 전망이다. 오차가 허용되지 않으면 0.2% 허용할 때와 비교해 순금은 3.75g당 400원,합금은 300원 정도의 가격 인상 요인이 생긴다. 제조업체들이 고가의 세공장비를 도입한다고 가정하면 원가 상승분이 추가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귀금속업계는 결국 1일 서울 종로에서 기술표준원 관계자와 찬 · 반 양측이 입회한 가운데 '현장 검증'을 벌여 결판을 내기로 했다. 시중에서 정상적으로 제조한 합금 제품을 1g 단위로 쪼개 오차를 검사하는 것.업계 통일안이 기술표준원에 제출되면 심의와 관보 게재 등의 절차를 거쳐 상반기 중 발효될 전망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