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든파이브에 '봉이 김선달'이 떴다?

땅도 없는데 조합원 모집…SH공사, 매각 일정 연기
"자금도 확보하지 않고 6794억원짜리 땅에 아파트를 짓겠다니 '봉이 김선달'이 아니고 뭡니까. "(SH공사 관계자)

서울 문정동 동남권유통단지(가든파이브) 복합시설부지가 '현대판 봉이 김선달' 논란에 휩싸였다. 땅도 확보하지 않은 한 단체가 조합원을 모집한 것이 발단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산하 SH공사는 지난 1일로 잡혔던 가든파이브 활성화단지 5 · 6구역(7만2572㎡) 매각 일정을 10일로 변경했다.

SH공사 측은 매각도 하지 않은 땅에 아파트를 짓겠다며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다는 동향이 파악돼 모집 주체를 입찰에서 배제시키고 일정도 늦췄다고 설명했다.

이 땅의 용도는 아파트,300실 규모 호텔,1000석 규모 공연장,운동시설 건설 등이다. 문정지역주택조합은 지난 4월 초부터 아파트 부분(1048가구)에 대한 지역주택 조합원 모집에 나섰다. 조합원 분양가는 전용 69㎡가 4억원,85㎡가 4억9000만원이다. 주변 시세보다 낮아 두 달여 만에 400명가량의 신청자가 몰렸다. 조합에서 제시한 분양가도 비정상적으로 낮다. 올림픽훼밀리아파트 등 인근 전용 85㎡ 아파트의 올해 실거래가는 7억5000만원 안팎이지만 조합 측은 4억9000만원을 제시했다.

SH공사 관계자는 "땅값을 감안할 때 3.3㎡당 1400만원에 분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조합 가입자들이 나중에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역주택조합 방식으로 사업을 하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가 간다는 점도 입찰을 제한한 사유로 꼽았다.

이에 대해 이현동 문정지역주택조합 조합장은 "부동산을 잘 모르는 서민들이 싼값에 집 한 채를 장만하려고 모였다"며 "SH공사가 법적 근거도 없이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SH공사가 입찰을 배제함에 따라 문정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들에게 분양가를 되돌려 주기 시작했다.

이 조합장은 "조합원들이 납부한 돈은 아시아신탁 계좌로 입금하도록 조치해 땅값 지불 때를 제외하고는 조합 집행부가 자금을 쓸 수 없다"며 "용지를 확보할 길이 막혀 청약금을 되돌려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땅이 유찰되는 것을 기다렸다 SH공사를 상대로 (지역주택조합사업 중단에 따른) 법적대응 등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조성근/심은지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