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모르는 한국 백화점] (3ㆍ끝) 원스톱 쇼핑은 기본, 여가ㆍ공연까지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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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ㆍ끝) 복합 문화공간 탈바꿈
문화홀·갤러리·공원 확충
클래식·가요 콘서트도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5층 문화홀에서는 지난 2일 오후 뮤지컬 배우 신성록 씨의 갈라콘서트가 한창이었다. 신씨가 '지킬앤하이드'의 '지금 이순간' 등 뮤지컬 명곡을 열창할 때마다 객석(430여석)을 가득 메운 고객들은 환호와 갈채로 화답했다.
이 점포가 '경인지역 최대 복합쇼핑센터'를 목표로 지난해 증축 · 리뉴얼 공사에 착수하면서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은 문화홀 갤러리 조각공원 키즈홀 등 문화 · 커뮤니티 시설 확충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정성을 들인 공간은 문화홀.860㎡(260평) 규모에 전문 공연장을 능가하는 음향 · 조명 · 영상시설을 갖췄다. 지난 3월 말 재개장 이후 매주 첼리스트 정명화 리사이틀,가수 김장훈 콘서트 등 다양한 공연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사전 신청이나 공연 당일 선착순 접수,우수고객(VIP) 초청 등으로 고객을 모아 진행하는 문화홀 공연은 '한국 백화점'만의 문화 마케팅 모델이다. 일본과 미국,유럽 백화점에선 찾아볼 수 없다.
김보화 현대백화점 유통연구소 연구원은 "선진국들이 종합 물품 판매점이란 전통적인 백화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반면 한국은 여가 ·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고객의 니즈를 수용하며 '문화백화점'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문화시설과 이를 활용한 마케팅은 국내 백화점이 불황에도 고객을 불러모으는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백화점이 1990년대 선도적으로 도입한 문화시설은 롯데 광복점 · 청량리점 · 영등포점 · 일산점,현대 킨텍스점,신세계 본점 · 경기점 · 센텀시티점,갤러리아 천안 센터시티점 등 2000년대 중반 이후 새로 연 신규점이나 증축 · 리뉴얼한 점포들에는 빠짐없이 등장했다. 백화점들은 소득수준 향상과 주 5일 근무제 정착 등에 맞춰 '문화백화점'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한 곳에서 여가와 오락,쇼핑,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복합쇼핑몰'로 변모하고 있다. 매머드급 규모의 신세계 센텀시티점과 롯데 광복점은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와 휴식공간을 갖췄고 신세계 영등포점,현대 킨텍스점,롯데 청량리점 등은 복합쇼핑몰의 핵심 테넌트로 입점했다.
기존 점포들도 대형화 · 복합화를 통해 복합쇼핑몰로 변신하고 있다. 이는 일본에서 2000년대 이후 번성한 복합쇼핑몰의 주도권을 미쓰이 등 부동산개발회사와 이온 등 할인점업체에 빼앗긴 일본 백화점들의 상황과 대조된다.
세키네 다카시 일본 센슈대 교수는 "일본 백화점들은 장기 불황과 동종 업체 간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투자여력이 없었던 데다 기존 모델에 안주한 탓에 복합쇼핑 트렌드를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복합쇼핑몰은 투자비가 많이 들고 전문점과 대형 패션매장,다양한 문화 · 오락시설을 수용해야 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백화점 형태에 비해 수익성과 효율성은 떨어진다. 김희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한국 백화점들은 일본 사례에서 보듯이 고객 욕구에 맞춰 변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복합쇼핑몰 등 신업태에 적극 진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까지 예정된 백화점 '빅3'의 신규 출점 예정지는 롯데 6곳,현대 7곳,신세계 5곳 등 모두 18곳이다. 이 중 대부분이 도심형 복합쇼핑몰이거나 교외형 쇼핑몰,프리미엄 아울렛 등 새로운 업태다. '한국 백화점'을 주제로 수차례 칼럼을 게재한 이모토 쇼고 니혼게이자이신문 편집위원은 "한국 '빅3'는 막강한 자금력과 영업력을 바탕으로 대형 쇼핑몰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다"며 "고급소비 수요 증가에 맞춰 향후 4~5년간은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