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영세공장 갈 곳이 없다] 영세업체들 "살 집도 좋지만…'보금자리 공장' 마련해 달라"

● 김낙훈의 현장 속으로

미등록 공장이 전체의 92%…광명 시흥에만 1000개 육박
빈 공장 없고 임차료 치솟아 인근 공단 이전도 엄두 못내
경기 시흥시의 한 골목길.한낮의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는데도 공장 문을 닫은 채 근로자들이 공작기계를 돌리고 있다. 영세한 미등록공장이다.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미등록공장이 광명 · 시흥시 일대에만 934개에 이른다. 기계 한두 대 놓고 가동하는 업체들이다. 이들은 금속이나 부품 소재 등을 가공해 남동 반월 시화공단의 업체에 납품하는 '풀뿌리기업'이다. 하지만 이들은 주택 공급을 위한 보금자리정책 탓에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였다.

◆대체부지, 미등록공장은 '그림의 떡'공장터가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되면서 수도권의 영세기업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도권 보금자리지구에 있는 영세사업장은 3541개에 이른다. 이를 단지별로 보면 광명 시흥 2189개,구리 갈매 459개,하남 감일 357개,하남 미사 324개,시흥 은계 126개,부천 옥길 72개,고양 원흥 14개 등이다. 광명 시흥에 60% 이상이 몰려 있다. 이들의 딱한 사정을 해결하기 위해 국회가 '보금자리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했다. 보금자리사업이 시행되는 경우 인근에 공업지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공장 철거 전 이전 부지가 마련돼 공장이 지어지지 않는 한 등록공장도 한동안 다른 곳으로 공장을 이전해야 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90%가 넘는 미등록공장의 경우 어떻게 될지 현재로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광명시 보금자리사업단 관계자는 "미등록공장이 이전 대체지에 들어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미등록공장 중 여러가지 여건을 갖춘 기업은 입주 대상이 되겠지만 축사 등을 개조해 사용하는 업체는 제외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광명시 관계자는 "비닐하우스나 축사를 개조해 쓰는 업체가 미등록공장 중 70~80%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수도권 공단은 빈 공장 없어광명 · 시흥보금자리주택사업지구에 있는 미등록공장은 가까운 반월 · 시화공단을 1차 이전 대상지로 꼽고 있으나 마땅한 공장을 임차할 수 없는 데다 임차료도 천정부지로 올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공단의 평균 가동률은 2007년 81.3%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73.3%로 곤두박질치다가 금년 3월에는 81.3%로 올라섰다.

반월공단 내 부동산중개사무소인 한국부동산컨설팅 관계자는 "반월이든 시화든 소규모 임대공장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임대공장은 부족한 반면 수도권에서 찾아오는 기업인은 많다 보니 임대료가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핵심 대책은 보금자리 공장문제의 핵심은 작은 임차공장이다. 광명 · 시화보금자리지구의 대체 용지로 마련되는 공장부지는 8만2500~10만㎡(약 2만5000~3만평)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이 지역에 있는 등록공장의 전체 면적(9만 9748㎡ · 약 3만평)과 비슷하다. 따라서 이들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고 볼 경우 미등록공장은 대체부지에 입주할 여지가 낮다.

게다가 등록공장들도 입이 나와 있다. 이들은 "정부가 시가 보상이 아닌 공시지가 보상을 할 경우 턱없이 적은 금액으로 새 공장을 짓거나 이사를 해야 돼 사실상 문을 닫게 되는 사태가 생길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영면 선진유지 사장은 "우리가 사업을 하는 원광명지역의 경우 공시지가가 시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이런 금액으로 보상을 받으면 어디로도 이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소업계 관계자들은 "입주 여부가 불투명한 미등록공장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소규모 공장을 건설해 임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보금자리주택만 건설하지 말고 보금자리공장도 만들어서 임대해야 영세한 수도권 공장들이 안심하고 사업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낙훈 중기전문 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