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2) "지식·정보 축적시대는 지났다 이젠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2부) 세계는 '과학두뇌' 전쟁중
조이 이토 MIT미디어랩 소장

대학들 '교육' 아닌 학습하는 방법 가르쳐야
인터넷 통한 교류 활성화를
나이트클럽 DJ 출신의 창업가이자 벤처투자가 조이 이토(45)는 일본계 미국인이다. 하지만 그를 미국인이나 일본인으로 부르는 사람은 없다. 그는 '세계인'이다. 지난 4월 MIT미디어랩 소장으로 임명될 당시 그는 두바이에 살고 있었다. 중동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 '꽂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달 초 기자가 MIT를 방문했을 때 그를 만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그의 비서는 전화 인터뷰를 위해 3개 나라의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혹시 두바이 휴대폰이 연결되지 않으면 일본 휴대폰으로 전화해 달라는 식이었다. 어렵게 전화가 연결됐을 때 이토는 싱가포르공항 탑승 게이트에 있었다. 미래 기술 연구의 메카 MIT미디어랩은 이 '자유로운 영혼'을 왜 신임 소장에 임명했을까.

▼당신은 시카고대와 터프스대에 입학했지만 졸업은 하지 않은 고졸 출신이다. MIT미디어랩이 소장 자리를 제안한 건 뜻밖이라는 평가가 많다.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와 빌 게이츠도 대학을 중퇴했다. 나는 전통적인 대학 교육이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컴퓨터공학과 인터넷 융합에 관심이 많았는데 당시 그런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대학은 없었다. MIT미디어랩이 우리 같은 중퇴자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같은 새로운 환경에서 우리는 '교육' 방식을 진화시켜야 한다. "

▼교육 방식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

"사실 교육(education)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학습(learning)이라는 말을 선호한다. 교육은 공급자 중심이고 '톱다운'의 느낌을 준다. 반면 학습은 학생을 중심에 둔 단어다. 과거에는 한 번 직업 교육을 받으면 더 이상 무언가를 배울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대학은 팩트(fact)를 가르쳤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팩트는 매일 변한다. 이제 대학들은 학습하는 방법(how to learn)을 가르쳐야 한다. 교수들은 티칭(teaching)이 아닌 코칭(coaching)으로 교육 방식을 바꿔야 한다. "▼한국에선 얼마 전 KAIST 대학생 4명이 자살하면서 바람직한 공학 교육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과거 대학은 희소가치가 있었다. 일부 똑똑한 사람들만 갈 수 있었고 비쌌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 등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길이 많다. 인터넷을 통해 교육받을 수 있고 다른 스마트한 사람들과 협력할 수도 있다. 꼭 대학 교육을 받아야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다. 내가 MIT미디어랩 소장이 된 것만 봐도 알지 않나. 대학들도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교육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공유할 필요가 있다. "

▼한국 교육은 학생들의 창의성을 키우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정보와 지식을 '축적(stock)'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존 실리 브라운이 쓴 책 '파워 오브 풀(The Power of Pull)'을 읽어보라.이제 누군가가 밀어내는(push) 정보를 축적하는 대신 필요할 때 정보와 자원을 끌어서(pull) 쓸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과거엔 어떤 회사에 입사해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으면 구체적으로 인생 계획을 짤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한다. 따라서 전반적인 목표를 정하고 뜻밖의 행운을 끌어안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맥락을 이해하고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민첩하게 움직이는 MIT미디어랩은 그런 면에서 배울 점이 많다. "

보스턴=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