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교수의 경제학 멘토링] 대내적 균형과 대외적 균형

경제개방과 자본자유화 시대에는 총수요관리 정책의 효과가 그 나라 안으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연계된다. 이를테면 고용창출을 위한 확장정책이 국내총생산을 늘리지 못하면서 수입 증가를 불러올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고용창출의 효과를 거둘 수 없다. 또 물가안정을 겨냥한 긴축통화 정책이 국내 이자율을 상승시켜 외화자금을 끌어들이면 긴축정책의 효과를 그만큼 약화시킨다. 외화자금이 국내 금융자산을 구입하려면 국내 통화로 환전해야 하는데 이에 따라 이 환전금액만큼 통화공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개방 이전의 단기적 거시경제 정책은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을 목표로 삼지만 개방경제가 되면 국제수지를 대외지불능력에 차질이 없도록 유지하는 목표가 하나 더 추가된다. 세계화시대의 거시경제 정책은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을 실현하는 대내적 균형(internal balance)과 더불어 국제수지가 대외지불능력을 보장하는 대외적 균형(external balance)까지 함께 달성해야 한다.국내 경기전망이 나빠져 투자수요가 부진하고 실업이 발생하면 대내적 균형이 무너진다. 총수요확장 정책이 필요한 국면이지만 만약 교역 상대국들도 함께 불황에 빠진 상태라면 이 정책이 국내 생산을 늘리기보다 교역상대국들의 생산을 자극함으로써 수입 증가만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모든 교역 상대국들이 완전고용 상태에 놓여 불황국의 총수요확장 정책에 대응할 여력이 없을 때라야만 정책의 효과는 정책 시행국의 국내총생산 증대로 이어질 것이다.

총수요확장이 수입 증가로 이어진다면 경상수지가 악화한다. 특히 통화공급의 확대가 이자율을 낮추면 외화자금은 더 높은 이자율을 좇아서 해외로 나가버리므로 이에 따라 자본수지마저 악화한다. 대내적 균형의 회복을 겨냥한 총수요확대가 국제수지를 악화시켜 대외적 균형을 위협하는 상황이 되고 만다. 교역 상대국들이 함께 불황에 대처해 총수요확장 정책을 펼치고 이자율을 조율해야 각국이 대내외적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가 환율에 개입하는 일이 잦으면 환율이 불안정해진다. 투기를 유발할 만큼 불안한 환율은 국제거래의 안정성을 해치므로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안정적 환율과 대내외적 균형을 함께 유지하려면 거시경제 정책에서도 국제공조가 반드시 필요한 시대가 됐다. 요즘처럼 한 나라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가 공동으로 경제위기를 당하는 경우에 특히 그렇다.

이승훈 < 서울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