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먹은 배추ㆍ상추 폭염에 짓물러…출하 급감

● 장마 끝났는데 채소값 왜 자꾸 치솟나

태백·논산 등 주요 산지 병충해 확산…8월 중순까지 공급 차질 불가피

서울 행당동의 모 삼겹살집은 지난주부터 삼겹살과 함께 제공하던 채소를 상추에서 얼갈이배추로 바꿨다. 상추값이 최근 한 달 새 8배 가까이 급등하자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대체 품목을 내놓기로 했다. 중림동의 한우촌도 상추 대신 깻잎 등 다른 채소를 늘렸다. 한우촌 관계자는 "보통 하루에 상추를 1㎏ 이상 구매했으나 최근부터 500g 정도만 구입하고 나머지는 깻잎 등으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장마가 끝난 지 1주일이나 지났는데도 채소값은 오히려 급등세다. 지난주까지 3주 이상 계속된 장맛비로 채소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 상태에서 폭염까지 겹치자 배추 상추 등의 품질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어서다. 강원도 평창 등 주요 채소 산지에서 고온에 채소가 물러지는 '무름병'까지 발생,채소값 상승세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상추 1개월 새 8배 넘게 뛰어

일조량 부족과 무더위에 특히 취약한 상추의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21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적(赤)상추는 4㎏ 상자 기준으로 평균 6만3788원에 경매가 이뤄졌다. 한 달 전(7534원)에 비해 8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청(靑)상추도 같은 중량의 경락가격이 6만8383원으로 한 달 새 667.3% 뛰었다.

배추가격도 강세다. 10㎏ 그물망(3포기)의 가락시장 경락가격은 6455원으로 한 달 전(1788원)에 비해 261.0% 상승했다. 풋고추도 한 달 동안 3배 가까이 뛰었으며,무와 청피망도 2배 이상 올랐다. 경매가격이 올라가면서 도매가격도 뜀박질을 하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전국 주요 도매시장에서 조사한 적상추 4㎏ 가격은 한 달 전 9000원에서 5만400원으로 급등했다. 도매가격이 2~3일 차이를 두고 경매가격을 따라가는 점을 감안할 때 상추 도매가격은 더 올라갈 전망이다.

◆장마 후 폭염으로 '무름병' 확산

최근 채소값 상승은 장기간 이어진 장마와 일조량 부족으로 채소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 것이 일차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출하량이 급감했다. 전국 산지에서 가락시장으로 들어온 상추 반입량은 이날 29t으로 한 달 전(98t)에 비해 70.4%나 줄었다. 작년 같은 시점에 비해서도 67% 이상 감소했다. 시금치도 지난달보다 64.8% 줄어든 25t만 반입됐으며,가락시장 배추 출하량(550t)도 한 달 전에 비해 41.8% 줄었다.

문제는 주요 채소 산지에서 무름병 등 각종 병충해가 번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농협 관계자는 "강원도 태백 등 채소 산지를 둘러본 결과 병충해가 발생해 배추와 고추 등에 타격을 입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장맛비로 배추 상추 등이 수분을 많이 함유한 상태에서 폭염을 맞으면서 배추 속이 물러지고 상추 뿌리가 썩는 현상이 생겨났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내달 초 · 중순까지 주요 채소 공급에 일시적인 공백기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한국농업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배추는 해발 500~600m에서 재배되는 준고랭지 물량이 비와 폭염 피해를 집중적으로 입었다"며 "준고랭지 배추 1차 수확량은 8월 초순까지 출하되는데 일시적인 물량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