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환율하락 지금처럼 방치해선 안돼

수출경쟁력 떨어져 피해 더 커
대외환경 취약…외환 더 쌓아야
주위에 나이를 불문하고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집중적인 다이어트로 수십㎏을 줄였다는 성공담도 있는가 하면 무리한 감량으로 부작용이 생겼다거나 요요현상으로 예전보다 체중이 더 늘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최근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환율도 체중조절에 비유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의 최고점은 2009년 3월 달러당 1458원이었다. 체중과다에 대한 다이어트였을까,이후 원화 환율은 미끄럼을 타기 시작해 2010년 7월에는 1206원으로 내렸고 올해 7월 현재 1050원대에 이르고 있다. 2009년 3월 대비 28%,2010년 7월 대비 13% 하락한 것이다. 체중조절과 마찬가지로 환율 하락(원화가치 절상)도 경제가 건강해지는 징표이니 싫어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환율 하락의 수준과 속도가 문제다. 최근 정부는 경제성장률을 낮추고,물가대책에 역점을 두겠다고 발표했다. 물가문제는 국제금융 위기 수습 과정에서 나타난 것으로 세계 각국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 원유와 곡물가격도 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물가상승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낮은 환율이 물가대책의 하나로 꼽히고 있는 상황이다.

환율정책에 대한 견해는 둘로 나뉜다. 낮은 환율(높은 가치의 원화) 찬성론자들의 입장을 살펴보자.

첫째,낮은 환율로 수입 물가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가상승률 4%대를 위한 것으로 이해하기에는 28%대,13%대의 환율 하락은 과도하다. 둘째,현재의 환율수준은 '시장 환율'로서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공상태의 교과서 경제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환율은 국제수지상의 외환 수급만이 아니라 단기 외환거래 및 투기에도 영향을 받는다. 또 통화량과 금리 등도 환율운용의 변수이다. 엔화 환율에 미국 등이 개입한 플라자 합의도 있었고 최근에는 여러 나라들이 중국 위안화 절상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셋째, 높은 환율에 따른 수출 증가가 경제의 양극화만 가져온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수출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서만 공신이 아니다. 2010년도 수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이 민간소비와 같고(각 52%),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 역시 경제성장률보다 크다.

지속적인 저환율을 막아야 하는 이유는 더 있다. 우선 저환율이 지속될 경우 우리 수출기업들은 국제 경쟁력을 잃고 말 것이다. 저환율에 따른 고통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먼저 겪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외환보유액이 아직 부족하다는 점도 주시해야 한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6월 말 현재 3000억달러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200억달러보다 15배 정도 늘었다. 이 같은 외환보유액 증가도 같은 기간 경상수지 1800억 달러 흑자,상품수지 2800억달러 흑자(연평균 250억달러)를 기록한 덕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연간 총경상수입액 대비 외환보유액은 57% 수준으로 중국 190%,러시아 136%는 물론 인도의 68%에도 미치지 못한다.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나라는 경상수지의 균형점에서 환율수준을 맞출 것이 아니라 GDP의 2~3% 수준,즉 매년 200억~300억달러의 흑자를 내는 수준에서 환율이 결정돼야 한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환율보다는 직접적인 물가 정책을 펴야 한다. 국내 물가의 상승은 주요 독과점 품목들이 리드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 독과점 품목의 수입 촉진을 위한 할당관세 품목의 대폭 확대 또는 제로(0) 관세율 채택 등 내수시장에서의 경쟁 확대 정책을 강력하게 펴야 한다. 물가상승률 연4%를 목표로 삼는 정부가 원유 관세율 3% 폐지를 세수 확보를 이유로 반대하면서 수출에 막대한 타격을 주는 저환율 기조를 고집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현재의 환율수준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한번 잃은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이학노 < 동국대 경제통상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