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동의 '월요전망대'] 2분기 GDP, 4% 안팎 증가할 듯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통계와 관련해 두 차례나 큰 망신을 당했다. 작년 8월27일이 첫 번째다. 2010년 2분기 실질 GDP 증가율이 1.6%(전기 대비 연율 기준)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한 달 전 내놓은 속보치에 비해 GDP 증가율이 0.8%포인트나 떨어졌다. 시장에선 일대 혼란이 발생했다. 주가는 크게 하락하고 채권가격은 급등세로 바뀌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미국 경제가 다시 추락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비관론자들은 '더블딥'(경기 일시 회복 후 재침체)을 우려했고 낙관론자들도 '소프트패치'(경기 회복 후 일시 재침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23일,미 상무부는 2분기와는 반대 방향으로 3분기 GDP 증가율 통계를 내놔 또 한번 신뢰성에 타격을 입었다. 한 달 전 속보치는 2.0%였던 데 비해 잠정치는 2.5%로 상향 조정됐다.

중국의 통계를 믿기 힘들다던 미국의 경제학자들도 미국 역시 나을 게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에선 GDP 통계를 한국은행이 담당한다. 통계청이 GDP 통계를 넘겨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지만 한은이 계속해서 맡는 것은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GDP는 속보치-잠정치-확정치 등 세 가지로 발표되는데 서로 차이가 별로 없다. 많아봐야 0.2%포인트 정도다. 용인할 수 있는 오차 범위 내다. 올 1분기의 경우 속보치는 1.4%,잠정치는 1.3%(전기 대비 기준)였다.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땅덩어리와 경제규모가 작은 데다,한은 관계자들이 주요 기업체와 꾸준히 접촉해 경제동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서다.

2분기 GDP 속보치가 27일 발표된다. 국내 주요 연구기관 및 금융회사의 대표 이코노미스트 20인으로 구성된 한경이코노미스트클럽은 2분기 GDP 증가율을 1.1%(전기 대비)로 지난 4월 전망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9%가 컨센서스다. 건설경기가 여전히 부진한데다 수출 증가율도 주춤해 1분기에 비해 성장률이 소폭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 관계자들도 대체로 1% 안팎(전년 동기 대비론 4% 안팎)을 예상하고 있는데 이 정도라면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다수의 설명이다. 지식경제부는 26일 전기요금 인상을 발표한다. 현재 관측되고 있는 전기요금 인상폭은 4~5% 수준이다. 문제는 전기료가 오르면 각종 공산품과 서비스요금도 순차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하반기 경제정책의 최우선과제가 물가안정인데 전기료 인상에 따른 후속 대책이 뭐가 나올지 주목된다.

기획재정부와 한은은 전기료 인상 발표가 나오기 하루 전인 25일 거시정책협의회를 연다. 성장률과 물가,유럽과 미국의 재정문제 등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 등을 점검하는 자리다.

전문가들은 재정부와 한은 당국자들이 서로 말을 하지 않더라도 정책금리(한은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하는 회의가 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성장률이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당장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 이하로 떨어질 공산이 크지 않은 만큼 통화정책을 제외하고 물가를 잡을 수단은 거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물지표인 6월 산업활동동향은 오는 29일 발표된다. 5월 경기선행지수와 동행지수는 4개월 만에 동반 반등했는데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지가 포인트다.

박준동 경제부 차장 / 금융팀장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