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중국 눈치만 보다 역풍 맞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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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는 지금 일본,중국과 손잡고 한국에 맞서자는 말까지 나오는데….우리는 정부부터 중국 눈치를 보느라 대만과의 관계 개선에는 도통 관심이 없네요. "(주타이베이 한국대표부 관계자)
지난 1월 중국과 대만 간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이 발효된 이후 일본의 대만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대만 경제부 투자심의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올 1~5월 일본의 대만 투자건수는 19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5% 늘었다. 역사적으로 중국과 불편한 입장에 있는 일본으로서는 ECFA로,중국 시장과 친밀해진 대만을 중국 진출의 가교로 삼겠다는 포석을 두고 있다. 일본 NTV와 대만 CtiTV는 지난 6월 3억대만달러를 투자,합작 프로덕션을 세웠다. 일본의 방송 프로그램 제작 노하우와 대만의 중국 네트워크를 활용,중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게 이들의 전략이다. 대만 최대 과학기술 연구개발기관인 공업기술연구원 산하 투자회사 역시 일본 3대 금융그룹과 합자 투자회사를 설립,중국 시장에 공동 진출할 계획이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 기업이 대만과 제휴,중국에 진출하면 생존율이 10%포인트 이상 높아진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대만과 일본의 밀월관계는 강해지는 반면 대만 내 혐한(嫌韓) 정서는 오히려 심화되는 분위기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의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말 삼성전자가 4개 대만 기업을 LCD(액정표시장치)패널 가격담합을 이유로 유럽연합(EU)에 신고한 이후 대만의 기업 총수들이 공식석상에서 한국 기업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일이 잦아졌다"고 전했다.
대만 현지 한국대표부 관계자는 한국과 대만을 소원하게 만든 가장 큰 원인으로 20여년간 이어져 온 우리 정부의 '대만 무시'정책을 꼽았다. 이 관계자는 "중국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국장급 이상 정부관리는 대만을 방문하지 못한다는 게 정부 내 숨겨진 지침"이라며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중국과 대만은 ECFA 체결 이후 올 상반기 교역액이 800억달러에 달하는 등 관계를 회복하고 있고,일본은 이에 편승해 기회를 찾고 있다. 이들의 삼각 밀월 관계 속에서 한국만 '왕따'당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이유정 산업부 기자 yjlee@hankyung.com
지난 1월 중국과 대만 간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이 발효된 이후 일본의 대만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대만 경제부 투자심의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올 1~5월 일본의 대만 투자건수는 19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5% 늘었다. 역사적으로 중국과 불편한 입장에 있는 일본으로서는 ECFA로,중국 시장과 친밀해진 대만을 중국 진출의 가교로 삼겠다는 포석을 두고 있다. 일본 NTV와 대만 CtiTV는 지난 6월 3억대만달러를 투자,합작 프로덕션을 세웠다. 일본의 방송 프로그램 제작 노하우와 대만의 중국 네트워크를 활용,중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게 이들의 전략이다. 대만 최대 과학기술 연구개발기관인 공업기술연구원 산하 투자회사 역시 일본 3대 금융그룹과 합자 투자회사를 설립,중국 시장에 공동 진출할 계획이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 기업이 대만과 제휴,중국에 진출하면 생존율이 10%포인트 이상 높아진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대만과 일본의 밀월관계는 강해지는 반면 대만 내 혐한(嫌韓) 정서는 오히려 심화되는 분위기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의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말 삼성전자가 4개 대만 기업을 LCD(액정표시장치)패널 가격담합을 이유로 유럽연합(EU)에 신고한 이후 대만의 기업 총수들이 공식석상에서 한국 기업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일이 잦아졌다"고 전했다.
대만 현지 한국대표부 관계자는 한국과 대만을 소원하게 만든 가장 큰 원인으로 20여년간 이어져 온 우리 정부의 '대만 무시'정책을 꼽았다. 이 관계자는 "중국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국장급 이상 정부관리는 대만을 방문하지 못한다는 게 정부 내 숨겨진 지침"이라며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중국과 대만은 ECFA 체결 이후 올 상반기 교역액이 800억달러에 달하는 등 관계를 회복하고 있고,일본은 이에 편승해 기회를 찾고 있다. 이들의 삼각 밀월 관계 속에서 한국만 '왕따'당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이유정 산업부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