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 다시 오나] 77엔대로 강세…당분간 엔高 예상

● 엔·달러 환율 어떻게 되나
엔화가치가 다시 강세로 돌아섰다. '금융안정화를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선진 7개국(G7)의 성명과 '추가 개입'을 시사하는 일본 정부의 엄포가 잇따랐지만 엔화강세를 저지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8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달러당 77엔대 중반으로 높아졌다. 지난주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 이후 한때 엔화가치가 80엔대에 진입하기도 했지만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다시 강세로 방향을 틀었다. 일본 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당분간은 엔고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G7 재무장관의 성명에는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고 구체성도 없었다"며 "시장의 불확실성은 계속될 우려가 높다"고 진단했다. 추가적인 시장개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엔고를 부추긴 요인으로 꼽혔다. 일본 정부 단독으로는 달러 약세라는 글로벌 트렌드를 거스르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된 것이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도 일본 정부의 힘을 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무디스는 "외환시장 개입이 엔화가치 상승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일본의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이 "개입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반시장적 투기조짐이 나타나는 경우 다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반박에 나섰지만 시장은 무디스 쪽에 귀를 기울였다. 9일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적인 양적완화정책이 공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확산되고 있다. 예상대로 '달러 대방출'이 이뤄지면 엔화는 자동적으로 강세를 띨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의 추가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오히려 엔화 약세를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정부의 개입이 달러당 80엔대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일부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엔화 매입을 미루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