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운임ㆍ유화제품값 '흔들'…현금 비축한 대기업은 아직 '여유'

글로벌 경제위기 다시 오나 - 산업계 '초긴장'

벤젠 수출 가격 6일째 하락 "중국 내수가 최대 변수"
15개 대기업 현금자산 45조 "설비투자 예정대로 집행"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글로벌 경기가 다시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 것이란 우려가 산업계를 짓누르고 있다. 반도체,유화 제품 가격이 하락하는 등 주요 업종의 제품 가격은 불안해지고 있다. 하반기 실적악화와 현금흐름 위축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수조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계획대로 집행할 예정이다. 자체 보유 자금이 넉넉해 금융시장에 일시적으로 신용경색이 오더라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반도체 · 유화 가격 하락

대표적 유화제품 원료인 BTX(벤젠 · 톨루엔 · 자일렌)는 이미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1일 t당 1251달러였던 벤젠 수출가격은 6일 연속 하락,8일 현재 1131달러로 떨어졌다. 6일간 9.6% 하락했다. 김평중 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미국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가격도 휘청거리고 있다.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3 1Gb D램 값은 9일 0.74달러로 전일대비 0.27% 떨어졌다. 낸드플래시도 주력제품인 32Gb 가격이 3.65달러로 0.27%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PC수요 급감 등으로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는 와중에 이번 금융위기 여파로 더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파다하다"고 전했다. 해운 운임지수도 급락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1411이었던 발틱운임지수(BDI · 건화물선 운임지수)는 8일 1264까지 떨어졌다. 실물경기 위축으로 원자재 수송물량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 탓이다. 철강 조선 등도 시차를 두고 가격하락이 나타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정헌 하나대투증권 화학업종 팀장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주요 수출제품의 가격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이제는 하락 폭이 관건인데 최대 수출지역인 중국의 내수가 얼마나 버텨 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넉넉한 현금 · · · 설비투자는 계획대로

시가총액 상위 15위(금융업 제외)권 대기업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모두 45조4687억원의 현금성자산을 갖고 있다. 현금성자산은 현금과 3개월 이내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초단기 금융상품을 합친 금액.삼성전자가 11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다. 현대 · 기아자동차는 10조9000억원,포스코 4조원,현대모비스 3조원,SK이노베이션 2조7000억원 등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대기업들이 2년간 돈을 많이 벌어 현금성자산이 늘어나고 유동비율이 크게 좋아졌다"며 "심리적 요인을 빼면 대기업의 자금 압박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기업들은 연초 계획한 설비투자는 계획대로 집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연초 23조원의 설비투자를 계획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해선 지금까지는 일단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수준"이라며 "아직 실물경제까지 영향이 내려오지 않았고, 이미 3분기에도 글로벌 경제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세워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투자는 예정대로 한다는 기조"라고 설명했다

LG전자 역시 추가 자금조달 계획은 없으며 연초 세워놓은 4조8000억원의 신규 투자는 그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어려울 때 투자를 해야 호황기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브라질 공장과 베이징 3공장을 건설하고 있지만 자금 조달을 거의 마쳤기 때문에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연초에 세운 7조3000억원의 투자규모를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진모/조재희/장창민/이태명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