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든 업자를 데모대로 만들 뿐인 정부개입

주유소들이 결국 들고 일어날 모양이다. 주유소협회는 대안주유소 설립과 대형마트 주유소 확대, 원가장부 조사 등 잇따른 정부의 압력에 대응해 동맹휴업, 궐기대회 , 현수막 게시, 어깨 띠 착용근무 등 단체행동을 벌이기로 했다고 한다. SK 자영주유소들은 기름값 할인 과정에서 막대한 손해를 봤다며 SK를 상대로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정부가 연초부터 기름값이 비싸다며 정유업체와 주유소를 지속적으로 압박해 오자 더 이상은 못참겠다며 폭발한 것이다.

사실 지금과 같은 사태는 이미 예견돼 왔다. 정부의 시장개입은 자기 증식적인 논리의 함정에 빠지게 마련이다. 정부의 기름값 행보가 이를 잘 보여준다. 기름값이 묘하다는 대통령의 발언에서 촉발된 정부의 개입은 기름값 태스크포스의 기름값 조사, 공정거래위원회의 압박, 반 강제적 기름값 인하조치, 정유사와 주유소 장부조사 등으로 끝없이 확대, 연장되고 있다. 그냥 시장에 맡겨 두면 될 것을 한 번의 개입이 또 다른 개입을 부르는 형국이다. '묘한 기름값'으로 시작된 것이 이제는 정부가 아예 주유소 판매가격까지 정해주고 장부 관리에도 관여하는 데까지 와버렸다.

정부 개입이 어떤 결과로 돌아오는지는 지금 주유소 업계의 상황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마치 움직일수록 점점 더 조여오는 올가미처럼 계속되는 간섭은 점점 더 시장을 옥죄게 마련이다. 결국 영업비밀까지 모두 공개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면 업계로서는 집단행동에 호소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선택이 없다. 초과이익공유제, 고유업종 등 정부가 내세우는 동반성장 정책들은 어쩌면 모든 업자를 데모대로 만든 다음에야 끝날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부는 스스로 판 함정에서 서둘러 빠져나와야 한다. 체면은 구기겠지만 그래야 시장도 살고 정부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