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초대형 M&A'…코너에 몰린 한국기업

News+ - 美·中·日 기업 생존 건 덩치 키우기

삼성·LG "주력시장 주도권 뺏기나" 긴장
"자고 나면 상황이 바뀔 정도로 변화무쌍하게 전개되고 있다. "

애플과의 스마트 대전을 진두 지휘하고 있는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구글이 모토로라 휴대폰사업을 인수한 것과 관련,16일 이같이 말했다. 글로벌 초대형 인수 · 합병(M&A) 향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도 감추지 않았다. 애플 아이폰 등장 이후 삼성전자 LG전자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가 국내 산업계 전반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산업질서를 재편하는 '메가머저(mega-merger)'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영렬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강 대 강(强 對 强) 합병을 통해 거대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려는 경쟁구도가 나타나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은 발목이 묶여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한 나라로 꼽힌다. 정보기술(IT)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산업은 환율효과와 품질경쟁력에 힘입어 해외시장에서 승자로 질주해왔다.

그러나 글로벌 재정위기와 경기침체 여파로 국내 주력 산업의 경쟁력은 크게 떨어지고 있다. D램 반도체값은 원가의 절반 수준인 0.61달러까지 폭락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3분기 영업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이달 말로 잡았던 중국 광저우 8세대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착공을 무기 연기했다. LCD 시황이 불투명한 탓이다. 포스코 등 철강업체들은 일본 중국의 저가공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기침체와 맞물려 거대 글로벌 기업들의 새판짜기는 한국 기업에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이달 초 합병을 선언한 일본 히타치와 미쓰비시의 중공업부문 매출은 현대중공업의 8배 정도다. 일본과 대만 반도체 기업들 간 합종연횡도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시장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동기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기업들은 안에서는 반기업 정서와 동반성장 등의 압박을 받고 있고,밖에서는 새 경쟁구도에 직면해 있다"며 "기초 기술과 창의력에서도 밀려 어려움은 더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