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재룡의 준비된 은퇴] 일본 '2011년 고령사회 백서'가 주는 교훈

일본 경제가 쇠퇴하게 된 근본 배경에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있다. 일본은 1995년 이후 생산가능 연령인구(15~64세 인구)의 감소,2005년 이후 총인구 감소가 경제 및 사회의 활력을 급격히 떨어뜨렸다. 생산연령 인구의 감소는 경제활동 및 소비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져 고용환경과 생활기반의 악화,저출산 심화에 이르는 악순환이 오랫동안 반복돼 왔다.

얼마전 발표된 일본의 '2011년 고령사회 백서'는 현재 일본이 맞고 있는 고령사회의 적나라한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백서에서 나타난 고령사회의 실상을 보면 우선 앞으로 일본의 총 인구가 1억2806만명에서 2055년 8993만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고령자는 계속적으로 증가해 2035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이 3명 중 1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다 보니 노인에 대한 부양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작년에는 고령자 1명에 대해 현역세대가 2.8명이었는데 2055년에는 1명의 고령자에 대해 현역세대 1.3명이 부양해야 하는 사회가 도래한다. 평균수명이 계속 늘어나 2009년 평균수명은 남성 79.59년,여성 86.44년이지만 2055년에는 남성 83.67년,여성 90.34년이 돼 여성은 마침내 90세를 넘을 전망이다. 결국 일본의 고령화율은 1980년대까지는 선진국 중 하위였지만 2005년에는 가장 높은 수준이 돼 세계 어느 나라도 경험한 적이 없는 고령사회를 맞이하고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의 여파로 여러 문제와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사회보장 비용(연금 의료 복지 등의 비용)이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를 만큼 늘어나 사회적 부담이 되고 있다. 사회보장 비용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6.8%(2008년)까지 늘어났다. 사회보장 비용 가운데 고령자와 관련된 비용이 70% 수준으로 비용 증가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전체 세대 가운데 노인세대의 비중이 증가하고 특히 혼자 사는 노인이 증가하면서 여러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65세 고령자가 있는 세대는 전체 세대의 40%가 넘는데 그중 단독세대나 부부세대가 절반을 넘었다. 부부만 살거나 혼자 사는 노인은 자녀와의 교류가 줄어들고 병에 걸렸을 때 돌봐 줄 사람이 없는 문제 등에 대한 걱정이 컸다. 특히 혼자 사는 단신 고령자의 사회적 고립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일본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와 현상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구 감소를 막는 것이다. 인구 감소는 모든 고령화의 문제점을 낳는 근본적인 원인이기 때문이다.

고령자의 증가 등으로 사회보장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이에 대한 대비책을 미리 강구해야 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50년이 되면 전체 인구의 38.2%까지 고령자가 늘어난다. 이들이 인구 감소로 줄어드는 노동력을 보완하며 건강하고 활발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은퇴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한국도 일본처럼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일본의 고령사회 백서에서 나타난 우울한 모습들이 우리의 현실이 되지 않도록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