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충당부채' 1조4000억 왜 더 쌓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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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분쟁 잠재손실 대비" 분석에…삼성 "판매 증가 따라 늘어난 것"
올 들어 6개월 새 삼성전자의 '충당부채'라는 부채 항목이 1조4000억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충당부채란 소송 제품수리보증 지급보증 등 '과거 사건'으로 인해 미래 현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을 때 회사가 그 금액을 현재 시점에서 추정해 미리 부채로 반영하는 회계계정이다.

3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올 상반기 말 현재 연결재무제표 기준 충당부채는 4조3590억원이다. 삼성전자 충당부채는 2009년 말 3조2058억원에서 작년 말 2조9179억원으로 2879억원 감소했다가 올 들어 6개월 새 1조4411억원 늘었다. 삼성전자의 전체 부채는 작년 말 44조9396억원에서 올 상반기 말엔 43조3614억원으로 1조5782억원 감소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가 최근 애플 등 글로벌 업체들과 벌이고 있는 특허분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잠재 손실을 충당부채로 상반기 말에 반영한 것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다. 충당부채를 인식하는 대표적인 경우 중 하나가 소송이나 법적 분쟁으로 손해배상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을 때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한국 미국 독일 네덜란드 등 9개국에서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는 구글의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사용에 대한 특허료 지급 여부를 놓고 협상 중이다. MS는 "안드로이드의 이메일 전송 기술 등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며 전세계 안드로이드 진영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에 특허 사용료를 요구하고 있다. MS는 작년 4월 대만 업체 HTC와 대당 5달러씩 로열티를 받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스마트폰 판매량이 8000만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MS와의 협상 결과에 따라 삼성전자가 연간 수천억원의 로열티를 지급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여러 소송이나 분쟁을 의식해 충당부채를 쌓지는 않았다"며 "매출과 제품 판매량이 늘다 보니 충당부채액도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에 판매한 각종 제품에 대한 품질보증이나 교환 · 환불로 인해 예상되는 미래 현금유출액,신제품 개발로 인한 기술사용료 지급 추정액,올해 경영성과에 따라 임직원에게 지급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 추정액 등에 대해 충당부채를 쌓았다는 것이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전자의 충당부채 증가액은 상반기 손익에 이미 반영됐다"며 "충당부채 증가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