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 상장사 '상반기 성적표' 비교해보니…

IT '부진'·車 '질주'…현대차그룹 순이익, 삼성그룹 첫 추월

현대차 순익 9조…42% 급증
삼성은 작년보다 20% 감소…매출·영업이익 差도 좁혀져

SK, 4위서 3위로 점프…현대중공업 '톱5' 진입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난 상반기 순이익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삼성그룹을 추월했다.

반도체 가격 하락 등 정보기술(IT) 산업의 업황 부진으로 삼성전자가 저조한 실적을 낸 반면 현대차는 선진국 경기 부진 속에서도 주요 시장에서 점유율을 꾸준히 높인 결과다. SK가 지난해 4위에서 3위로 올라섰고 LG그룹은 3위에서 6위로 밀려나는 등 재계 판도가 변화하고 있다. ◆매출 · 영업이익 격차도 축소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결재무제표 작성 대상 상장기업 중 현대차 계열사의 지난 상반기 순이익은 9조167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6조4357억원보다 42.5% 증가한 것이다. 삼성 계열 상장사의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 10조2066억원에서 올해 8조1035억원으로 20.6% 감소했다. 현대차그룹 순이익이 삼성그룹을 앞지른 것은 처음이다. 3월 결산법인인 금융 계열사 실적은 이번 집계에서 제외됐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는 삼성그룹이 우위를 유지했다. 삼성그룹은 상반기 109조898억원의 매출과 8조917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93조1501억원의 매출과 8조698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두 그룹의 매출 격차는 지난해 25조9197억원에서 15조9397억원으로 10조원가량 줄었다. 영업이익 차이도 5조1479억원에서 2189억원으로 좁혀졌다.

두 그룹의 주력인 현대차와 삼성전자의 상반된 행보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현대차의 상반기 순이익은 4조1840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9616억원)보다 41.3% 급증했다.

신차 효과와 브랜드 이미지 상승에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일본 업체들의 생산 차질이 더해진 결과다. 기아차(2조809억원) 현대모비스(1조6990억원) 등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가 모두 지난해보다 향상된 실적을 올렸다. 지난 상반기 3105억원의 순이익을 낸 현대건설이 계열사에 추가된 것도 현대차그룹 실적 증가에 한몫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같은 기간 순이익은 8조2706억원에서 6조2911억원으로 23.9% 줄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의 실적 부진은 IT 업황 악화에 따른 것"이라며 "세계 경제 회복이 지연돼 내년까지 IT산업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LG · 한화 추락…재계 판도 변화

SK그룹이 3위로 올라서고 LG그룹이 6위로 떨어지는 등 재계 전반의 판도도 달라졌다. SK그룹은 지난 상반기 2조8309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면서 LG그룹을 제치고 3위로 상승했다. 포스코는 지난 상반기 2조5564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지난해 같은 기간(2조5561억원)과 비슷한 수준에 그쳤지만 순위는 5위에서 4위로 한 단계 상승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6위에서 5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LG그룹은 상반기 순이익이 6조919억원에서 2조3518억원으로 급감, 순위도 3위에서 6위로 세 계단 내려갔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의 상반기 순이익이 927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1조5309억원에서 급감한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LG그룹 매출액은 70조2819억원에서 71조8061억원으로 2.2% 증가에 그쳤다. 롯데그룹 두산그룹 에쓰오일은 7~9위로 각각 한 계단씩 상승했다. 한화그룹은 상반기 순이익이 1조3639억원에서 4325억원으로 줄어 7위에서 10위로 밀렸다.

유승호/안재광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