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엔 스위스가 환율전쟁 촉발하다

스위스 중앙은행(SNB)이 스위스프랑의 초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환율 하한선을 1유로당 1.20 스위스프랑으로 정했다는 소식이다. 1.20스위스프랑을 하향돌파할 경우 무제한으로 유로화를 사들이는 사실상 고정환율제를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자칫 거액의 손실을 입게 될 수도 있고 인플레이션도 생길 수 있는 도박에 도전하는 꼴이라고 외신은 전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환율 조작은 최악의 선택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유로존 위기의 수렁 속에서 자국내 경제와 기업을 살리려는 고육책으로 해석된다.

정치적 안정과 건실한 경제 성장으로 유명한 스위스다. 투자자들이 투자 안전지역으로 가장 선호해 자금이 몰리다 보니 결국 통화 강세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자국내 경제성장과 비즈니스에 악영향을 끼치는 셈이 됐다. 통화 강세는 곧바로 수출과 관광산업에 영향을 준다.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나 되는 스위스다. 통화 강세를 지금처럼 방치한다면 2만명의 실직자를 낳을 것이라는 스위스 측 보고도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세계 환율전쟁이 다시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는 점점 커진다. 그렇지 않아도 외환시장에 개입할 꼬투리 잡기에 여념이 없는 세계 각국이다. 지난해 말에도 경쟁적으로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경쟁적 절하 사태를 경험한 바 있다. 일본은 특히 예민하다. 다른 국가도 자국통화의 절상을 막기 위한 조치를 다할 것이다. 자칫 미국이 3차 양적완화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국가별 유동성이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기현상을 낳을 수 있다. 정부의 개입이 재정 위기에 이어 통화 위기까지 만드는 귀결인지 걱정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