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제를 자율이라고 말하는 '1984' 공정위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 현대차 LG SK 등 4대 그룹에 공생발전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스스로 선언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이른바 대기업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한 세부 지침까지 내려보냈다. 해당 기업들은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말이 자율이지 사실상 강제적인 조치다.

공정위가 4대 그룹에 내려보낸 지침은 크게 네 가지다. 1억원 이상은 경쟁입찰에 부칠 것, 광고 SI(시스템통합) 건설 물류 등 4대 사업은 50% 이상 경쟁 입찰할 것,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입찰선정위원회를 운영하고 내부감사를 강화할 것, 중소기업에 30% 이상 발주할 것 등이다. 공정위 스스로도 법적 근거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기업 자율로 하는 모양새를 취하라고 요구했겠지만 국영도 아닌 민간기업의 경영에 간섭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건 당연하다. 책상머리에서 나온 이런 지침들이 현장을 제대로 반영했을리도 만무하다. 일률적으로 비율을 정해 경쟁입찰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기업경쟁력에 도움이 되고 이익에 부합된다면 50%가 아니라 100% 까지도 경쟁 입찰로 조달할 수 있고, 중소기업뿐 아니라 외국 기업에도 발주해야 하는 게 경영의 본질이다. 지난 8 · 15 축사에서 대통령이 밝힌 공생발전 후속조치를 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다 보니 이런 억지스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공생발전이 이렇게 흘러가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기업경영은 사라지고 모두가 국영기업체가 되고 만다. 아니 국영기업조차 경영만큼은 시장원리로 하라는 것이 국영기업을 만든 이유다. 동반성장위가 중기적합업종, 동반성장지수 등을 들고 나와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도 다 마찬가지다. 실효성도 없고 기본적으로 기업경영에 대한 몰이해가 그 원인이다.

자율을 가장한 이런 지침은 사실상 기업규제와 다름없고 그것도 고약하기 짝이 없는 규제다. 법적 근거도 없는 이런 부류의 괴이한 규제들이 끊임없이 양산되고 있는 게 지금의 우리 사회다. 기업경영을 관료들의 업무처리 방식으로 대체하자는 이런 책동을 내놓는 뇌구조가 정말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