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ㆍ오프 결합 '소매 르네상스' 시대 열린다

월마트ㆍ시어스 백화점, 온라인 주문ㆍ매장 픽업 서비스
테스코, 지하철에 가상매장…스마트폰으로 구매하면 배달
펜디, 매장에 예술작품 전시…오프라인 장점 살리기도

미국 백화점 시어스를 찾은 A씨.매장을 돌다 한 코너에서 원하는 물건을 발견한다. 이내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온라인 판매 가격과 매장 가격을 비교한다. 온라인 판매 가격이 3달러 싸다. 곧장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제품을 주문한다. 주문한 제품은 매장 안에서 받아 집으로 직접 들고 간다.

오프라인 소매업체가 어떻게 온라인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사례다. 영국의 컨설팅 업체인 '트렌드워칭닷컴'은 9월 리포트를 통해 오프라인 소매업체들이 온라인 기술을 결합시켜 '소매 르네상스(retail renaissance)'시대를 열고 있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쇼핑의 성장으로 소매점이 몰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틀렸다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이 등장한 지 10년.소매업체들은 온라인과의 결합,온라인에서는 제공할 수 없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는 얘기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

오프라인 소매업체들이 택한 가장 중요한 전략은 'OFF=ON 전략'이다. 온라인에서 얻을 수 있는 편리함,가격비교,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제공하는 것이다. 월마트도 지난 3월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오프라인으로 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당일 픽업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 백화점 JC페니는 미국 120개 매장에 42인치 터치스크린을 설치했다. '파인드모어(findmore)'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이 서비스를 통해 고객은 온라인 카탈로그로 JC페니가 파는 수많은 제품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또 원하는 제품이 어느 지역 어떤 매장에 있는지 재고 목록도 확인할 수 있다. 테스코 홈플러스가 한국 지하철역에 가상 매장을 연 것도 OFF=ON전략의 한 예다. 승객들이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붙어 있는 제품 사진을 보고 스마트폰으로 구매를 하면 가정으로 배달해 주는 방식이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매장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업체들도 있다. 이탈리아 고급 의류업체 루이자비아로마는 온라인으로도 오프라인 매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3D 가상 스토어'를 열었다. 온라인 시스템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가져온 경우도 있다.

◆오프라인 매장만의 차별화 전략온라인으로는 할 수 없는 차별화된 서비스와 경험을 제공하는 전략도 펼치고 있다. 이탈리아 명품업체 펜디는 예술가 및 디자이너들과 함께 생산 과정에서 버려진 재료들을 이용해 예술 작품을 만들고 매장에 전시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새로운 패션트렌드를 경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특정 장소에서만 제품을 한정 판매하는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 주문을 통해 전 세계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 특정 도시에 위치한 매장에 찾아가야만 살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다.

이탈리아 명품업체 구찌는 지난 5월 도시별로 한정판 토트백을 출시했다. 이탈리아 카프리에서는 황록색,프랑스 칸에서는 라벤더색,모나코의 몬테카를로에서는 빨간색 토트백만을 팔기로 했다. 트렌드워칭은 "이 같은 공략법은 도시에 대한 자부심을 자극하고,동시에 한정 판매가 주는 우월감도 충족시켜 준다"고 전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