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방색 수놓은 통영 앞바다…전혁림 1주기 추모展

지난해 작고한 전혁림 화백의 작품 세계는 '한국 색채추상의 대가'라는 호칭에 걸맞게 화려하다. 형상이 없는 화면이기에 색의 고유성과 조화가 더 중요하다.

전 화백의 1주기 추모전이 서울 인사동 백송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내달 4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는 고향 통영의 바다 풍경부터 목기,보자기,나무오리 등의 기물을 해체해 재구성한 추상화까지 70여년간 작업한 작품 중 100여점을 골라 보여준다. 전 화백은 고향의 풍경을 주제로 평생 '색채의 향연'을 펼쳐 보여준 작가다. 이런 특징은 그의 고향인 통영의 쪽빛 바다와 연관돼 있다. 통영의 군조 들녘 바다 등을 모티브로 청색이나 청회색을 즐겨 썼다. 화면에 드러나는 선명한 색상은 민화 단청 등 전통 오방색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2005년부터는 작품이 다소 변했다. 화면이 밝아진 데다 다양한 색면에 나비,새 등 사물을 집어넣었고 달과 해,파도 등의 위치도 바뀌었다. 코발트 블루와 핑크,베이지 등으로 구성된 화면은 발랄하기까지 하다. 전통적인 민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부활시킨 '민화로부터' 시리즈를 비롯해 '구성''호수' 등 20여점의 출품작은 작고하기 직전에 그린 신작이다.

전 화백은 일제 강점기라는 상황 탓에 미술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하고 독학으로 익혔다. 시인 김춘수,음악가 윤이상 등 통영 출신 예술인과도 교분을 나눈 그가 서울화단에 데뷔한 것은 회갑을 맞은 1975년.뒤늦게 작품성을 인정받아 일흔다섯이 되던 1989년에 호암미술관에서 작품전을 열었으며 2002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다. 2005년 경기 용인의 이영미술관 초대전 때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관람 후 1000호(700?C280㎝) 크기의 '통영항'을 구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02)730-582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