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신용등급 강등…佛로 위기 확산 조짐

이탈리아 부채 그리스의 5배…中, 佛은행과 외환스와프 중단

프랑스, 伊채권 절반 보유 "중환자실 갈 수도 있다"
지멘스, 佛서 50억 유로 인출…유럽중앙은행으로 이체
"1조9000억유로 규모의 '부채 산더미'에 결국 이탈리아가 깔려버렸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

글로벌 신용평가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전격 강등하면서 재정위기가 유럽 전 지역을 벼랑 끝으로 모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탈리아가 갖고 있는 빚은 그리스의 부채 규모보다 5배 많다. 이탈리아가 위험해지자 불똥이 인접한 프랑스로 튀었다. 중국은행은 이날 소시에테제네랄 등 프랑스 대형 은행들과 외환스와프 거래를 중단했다. 독일 지멘스는 프랑스 은행에 맡겼던 50억유로를 인출해 유럽중앙은행(ECB)에 예치했다.

◆이탈리아까지 강등

S&P는 이탈리아의 경제성장 전망 악화와 정치 혼란을 이유로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했다. S&P는 성명을 통해 "2014년까지 이탈리아의 연평균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0.7%로 하향 조정한다"며 "경제활동이 둔화되면서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또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집권 우파연정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시장은 "예상은 했지만 심리적 충격이 결코 작지 않다"(독일 경제일간 한델스블라트)는 반응을 보였다. 이탈리아가 결국 그리스가 간 길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유로존 3위 경제대국 이탈리아에 대한 구제금융을 위해선 현재 4400억유로 규모인 유로존재정안정기금(EFSF)을 두 배 이상 확충해야 하는 만큼 금융시장의 공포가 남다르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이탈리아의 부채는 그리스의 5배 수준인 1조9000억유로에 이른다"며 "자칫 이탈리아의 파산은 유로존은 물론 유럽연합(EU)의 존립까지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 ,중환자실 가나

이탈리아 경제가 무너질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국가로는 프랑스가 꼽히고 있다. 프랑스는 그리스뿐 아니라 이탈리아의 최대 채권국이다. 국제결제은행(BIS)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 세계 24개국 은행들이 모두 8673억달러의 이탈리아 채권을 가지고 있으며,그 중 절반인 3925억달러가 프랑스 소유분이다.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이 곧바로 프랑스의 등급 강등으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최근 무디스가 프랑스 대형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하향한 만큼 프랑스로선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프랑스 금융권에선 심각한 신용경색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한편 유럽 각국은 또다시 대책 마련으로 분주해졌다. 재정위기의 진앙지 그리스에선 이날 EU 및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대표와 그리스 정부가 3시간 동안 전화회의를 가졌다. 20일에도 구제금융 집행과 관련한 2차 협상을 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