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 변호사 "글쟁이 변호사 등단시키는 게 임무…40대부터 인문학 1만권 '완주'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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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 문학지 '더 웨이' 편집인"각자 꽃처럼 피어 있는 글 쓰는 변호사들을 모아 아름다운 꽃다발로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
대한변호사협회가 발간하는 문학지 '더 웨이'(The WAY) 편집인인 엄상익 변호사(57 · 사법연수원 15기 · 사진)의 말이다. 문학을 통한 법조계의 교류가 필요하다고 여긴 엄 변호사는 지난 3월 대한변협 상임위에 '더 웨이' 아이디어를 냈고 지난 7월 창간호를 발간했다. 곧 출간될 2호지는 창간호보다 5000부가 늘어나 2만부가 될 예정이다. 엄 변호사 본인도 작고한 소설가 정을병 선생의 추천을 받아 2007년 첫 소설집 '여대생 살해사건'을 시작으로 여러 권의 소설을 발표한 '문학 변호사'다. 되도록이면 오전 시간을 취미인 읽고 쓰기에 할애하고 있다. 사무실에는 그가 독서를 통해 얻은 명문장을 직접 정리한 원고도 여러 뭉치였다. 눈이 나빠진 후에는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처럼 좋아하는 작품은 확대복사를 해 두고두고 읽고 있다. 그는 "40대부터 고시공부하듯 고전부터 인문학까지 1만권을 완주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고 했다.
변호사들의 소설,수필 등을 담은 문학지의 '산파' 역할을 한 엄 변호사는 법조인은 좋은 문학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 당사자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변호사들의 체험담으로 '법정문학'이라는 장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 변호사가 창간호에 기고한 단편소설도 간통 소송을 소재로 삼아 '부인을 사랑하지 않는 호적상 남편의 권리가 법으로 보호돼야 하는가'란 고민이 반영됐다. 글 쓰는 변호사 발굴과 양성도 그의 과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