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도 없고…공조도 못하고…'BRINK' 몰린 글로벌 경제
입력
수정
글로벌 '불황 공포 도미노'"세계 경제는 재정위기를 진앙지로 하는 2차 금융위기 전야에 있다. "
은행 유동성 위기 확산…그리스 8개銀 신용 강등
중국마저 경기 위축되며 '각자 도생' 상황으로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최고경영자(CEO)의 경고다. 그는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유럽중앙은행(ECB)은 부채위기 확산을 차단하는 데 실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수개월 전부터 비관론을 이야기했던 그의 말은 점점 더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은행들의 유동성 위기로 번졌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보여줬던 국제 공조마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은행의 유동성 위기(Bank),경기침체(Recession),부진한 실물지표(Index),리더십 실종(No leadership),그리고 그리스 등 일부 유로존 국가의 퇴출위기(Kick-out)까지 세계 경제는 '벼랑 끝(BRINK)'에 몰렸다.
◆은행 유동성 위기 현실로
유럽연합(EU)은 지난 7월 유럽은행감독청(EBA)이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턱걸이로 통과한 유럽 16개 은행의 자본확충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 보도했다. 이들은 당시 합격기준인 핵심자기자본비율(Tier1) 5%를 간신히 넘겼던 은행들이다. EBA는 당초 이들에게 내년 4월까지 자본을 확충할 것을 요구했지만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즉각 자본확충에 나설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프랑스 은행들은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BNP파리바가 중동 국부펀드에 자금지원을 요청하는 등 자본확충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은행에 대한 우려는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주요 은행들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바클레이즈캐피털은 골드만삭스가 3분기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용평가업체 무디스는 23일 내셔널뱅크오브그리스 등 8개 그리스 주요 은행에 대해 "경기 둔화로 자금 조달 압박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신용등급을 2단계 하향했다.
◆실종된 리더십,헤매는 글로벌 경제그나마 세계 경제의 성장을 이끌던 중국마저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 HSBC의 중국 9월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 잠정치는 49.4를 기록했다. 3개월 연속 기준치인 50을 밑돌았다. PMI가 50을 웃돌면 경기 확장기를,밑돌면 경기 수축기를 각각 의미한다.
이 같은 소식은 뉴욕 및 세계 증시를 폭락으로 이끌었다. 22일 뉴욕의 다우존스지수는 3.51% 하락했다.
뉴욕의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이날 "지난 며칠간의 뉴스 중 가장 우려되는 건 공화당이 Fed에 더 이상의 통화 완화에 나서지 말 것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이 내년 대선을 의식해 재정정책뿐 아니라 통화정책까지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그런 데다 Fed가 21일 발표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단기국채를 팔고 장기국채를 사들여 장기금리를 낮추는 방안)에 대해서도 시장은 '9.1%에 달하는 실업률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치 지도자들의 리더십도,정책 당국의 실탄도 점점 더 떨어져가고 있다는 얘기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