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당국 방어에 닷새 만에 하락…일중 46원 등락


1200원선을 위협하던 원·달러 환율이 닷새 만에 하락세로 장을 마감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8원(1.17%) 하락한 1166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환율은 장중 내내 역내외 달러 매수세력과 외환 당국이 공방을 벌이면서 출렁거리는 모습이었다. 특히 장 막판 30분 동안 40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몰리면서 일부 거래 처리가 지연되기도 했다.환율은 장중 1150원과 1196원을 오가면서 46원의 변동폭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5월 25일(장중 변동폭 53원)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당시에는 천안함 결과 발표와 그리스 부채에 대한 우려가 맞물리면서 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전날보다 15.2원 오른 1195원으로 출발했다가 이내 1150원까지 속락했다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널뛰기' 장세를 나타냈다. 이 과정에서 외환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성 달러매도가 있었다고 시장참가자들은 추정했다.

이날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거시정책협의회를 열고 외환시장 쏠림현상이 과도하다며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재정부와 한은은 "정부와 한은은 최근 외환시장 쏠림이 과도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며 "외환당국으로서 이를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후까지 역내외에서 강한 달러 매수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당국의 실개입으로 추정되는 매도 물량이 상단을 간신히 누르며 1190원대 초중반을 유지했다. 그러나 장 막판 일부 수출업체의 매도물량도 가세하면서 환율은 다시 1160원대로 급락한 채 거래를 끝냈다.

변지영 우리선물 외환연구원은 "시장의 심리가 워낙 달러 매수쪽으로 쏠려 있는 상태에서 이날 당국의 조치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대외 악재가 지속되는 한 당국의 방어가 지속적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주말 이후 대외 상황이 조금이라도 개선될지가 관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결국은 유럽쪽 유동성 문제가 진정될 수 있는지에 따라 서울 환시의 방향도 결정될 것"이라며 "1차적인 열쇠는 프랑스 등 유럽은행권에 대한 유동성 불안 해소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위원은 "대외 불안 지속으로 유럽계 자금이탈 현상이 심화된다면 추가 상승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변 연구원 역시 "시장의 심리를 완화시켜줄 최소한의 호재가 필요하다"며 "주말 이벤트를 거치면서 원론적인 수준에서라도 공조 체체에 대한 부분이 나오기를 기대해 볼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03.11포인트(5.73%) 급락한 1697.44를 기록했으며, 외국인 투자자는 6700억원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오후 3시 10분 현재 국제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아시아 전장 대비 소폭 하락한 1.3499달러에, 엔·달러 환율은 76.30엔에 거래되고 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