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弗=1200원 방어' 총력전…35억 달러 긴급 투하
입력
수정
글로벌 '불황 공포 도미노' - 외국인과 '환율大戰'외환시장에서 정부와 외국인 간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23일 시장개입을 공식 선언하면서 대규모 달러 매도 개입을 단행하는 '환율 방어'에 나섰다. 대규모 시장개입 횟수가 6차례로 추정될 정도로 치열한 전투였다.
서울 외환시장은 이날 출발부터 불안했다. 전날 뉴욕외환시장에서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환율이 장중 한때 1220원까지 오르면서 환율 급등이 예고됐다. 유럽증시와 뉴욕증시도 3~5% 이상 폭락해 시장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기획재정부와 한은이 '소방수'를 자임하고 나섰다. 오전 7시30분 월례 '거시정책협의회'직후 "최근 외환시장 쏠림이 과도하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정례회의지만 외환시장 불안을 감안해 평소보다 일찍 시작해 금융시장 개장 전 끝났다.
개장초 환율이 전날 종가(1179원80전)보다 15원가량 오르며 1195원을 찍자마자 곧바로 정부 개입이 시작됐다. 환율은 9시1분 1150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환율은 곧바로 반등했다. 오전 11시까지 환율이 1190원까지 튀어오르면 정부가 막아서기를 반복했다. 이후 환율은 1190원대 초반~1196원 사이를 움직였다.
외환시장 마감 3분 전인 2시57분.대규모 시장 개입 물량이 쏟아졌다. 환율은 1166원까지 밀렸다. 결국 전날보다 13원80전 떨어졌다. 외환 딜러들은 정부가 이날 환율 방어에 투입한 자금이 35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외환딜러는 "정부의 시장개입이 매우 치밀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개장 직후 대규모 달러 매도 물량을 투입한 뒤 1190원대에서 방어막을 치다 장막판 또 다시 대규모 물량을 쏟아내며 외환시장을 좌지우지했다는 설명이다. 이날 정부의 시장개입 영향으로 환율 상승에 베팅하고 달러를 사들였던 외국인과 국내 추격매수 세력은 상당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선 2008년 7월을 떠올리기도 했다. 당시 정부는 1000원대 초반 환율을 900원대로 끌어내리기 위해 점심시간에 수십억달러의 매도 물량을 쏟아부어 '도시락 폭탄'이란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투기세력에 심각한 손실을 입히는 것이 환율 쏠림현상을 차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시장 개입은 특정 환율 수준을 염두에 둔 게 아니다"며 속도조절 목적임을 강조했다. 외환딜러들은 이번 시장개입으로 정부가 당분간 환율 1200원 돌파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대외 불안으로 외화유동성이 핵심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한 시장개입을 지속하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