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목재 값 몸값 껑충…PB업계 '초비상'

신재생에너지법 시행 눈앞…폐목재 발전용 수요 급증
PB 원자재 수급 더 악화…공장 폐쇄 등 생존 기로
내년 신재생에너지법 시행을 앞두고 폐목재를 원자재로 쓰는 파티클보드(PB)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가정이나 건축 공사장 등에서 나오는 폐목재가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쓰이면 가뜩이나 심각한 원자재 수급난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 때문에 수년 내에 PB 생산 공장이 국내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 수도 있다는 비관론까지 제기된다. PB는 폐목재 등을 잘게 썰어 만든 보드로 가구 자재로 주로 쓰인다. 폐목재 재활용 제품인 셈이다. 하지만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 때문에 거꾸로 발목이 잡히는 기이한 상황을 맞고 있다.

녹색정책의 하나로 최근 1~2년 새 폐목재로 만든 목재칩을 연료로 쓰는 열병합발전소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원자재인 폐목재 수급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데다 원가 상승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현재 폐목재를 발전 연료로 쓰는 열병합발전소는 동두천열병합 서대구열병합 등 7개 민간발전소다. 이들 열병합발전소의 폐목재 연간 사용량은 2009년 61만1400t에서 지난해 68만6400t으로 늘었고 올해는 70만9500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열병합발전소의 폐목재 수요가 늘면서 2009년 t당 4만5000원이었던 폐목재칩 가격은 2년 새 30%가량 상승,최근 5만80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폐목재 수급도 갈수록 악화되는 양상이다. 동화기업은 폐목재 부족으로 3개 PB 생산 공장 중 한 곳을 지난해 폐쇄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의 3개 PB 공장을 정상가동하는 데 필요한 폐목재가 연간 80만t 수준인데 현재 수급량은 65만t에 불과하다"며 "생산량 감소와 원가 상승 압박의 이중고에 시달리며 생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력 사업자에 대한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가 본격 시행되는 내년에는 폐목재 수급난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사업자는 내년 발전량의 2%,2020년 최대 10%까지 점진적으로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전력을 공급토록 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원에는 폐목재를 연료로 태우는 목질계 바이오 매스 발전도 포함돼 있다.

동서발전이 2013년부터 연간 20만t 규모의 폐목재를 연료로 사용하는 목재전소발전소를 가동할 계획이며 서부발전 남동발전 등도 목재전소발전소 건설을 검토 중이다. 정하현 합판보드협회 이사는 "폐목재를 연료로 1?i의 전력을 생산하면 1.5?i를 생산한 것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발전사업자들이 폐목재 확보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폐목재가 PB 등으로 재활용되지 않고 발전 연료로 쓰이도록 유도하는 모순된 현행 제도의 개선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또 "폐목재 수급난은 PB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파티클 보드particle board.잘게 부순 목재나 톱밥 등에 합성수지 접착제를 첨가해 압축시킨 나무판이다. 원목과 달리 뒤틀리거나 휘지 않는 장점이 있다. 폐자재를 재활용하기 때문에 원가가 싸다. 사무용 가구,가정용 가구,주방가구 등에 주로 쓰인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