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지구 쓰레기 악취로 시끌…주민들 "한낮에도 창 못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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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국제도시를 지향해온 인천지역이 쓰레기 악취로 시끌벅적하다. 지난 여름 폭우와 수해 피해로 부패된 생활쓰레기가 경제특구 청라지구 근처인 인천시 서구 오류동 일대 수도권매립지로 대량 반입되면서 악취가 진동해 서구 일대 시민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인천시·여야 갑자기 "해결" 목청…시민들 "선거 의식한 행동"
인천시를 비롯 서구청에다 지역의 여야 정당까지 악취문제 해결을 하겠다며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공격하고 있다. 악취문제를 시급히 해결하라는 호통이 특히 넘친다. 집단민원을 제기하는 주민들은 지난해 입주가 시작된 경서동 청라지구 입주민과 검암동 연희동 등 서구 구민이 대부분이다. 송영길 인천시장도 지난 23일 수도권매립지 주변 주민지원협의체,주민대책위,청라지역 주민협의체,서구발전협의회 등 지역 사회단체,시민 등 200여명과 함께 수도권매립지를 방문해 책임 있는 대책을 촉구했다. 주민들은 "달걀 썩는 냄새가 코를 찔러 한여름에도 창문을 열지 못하고 지내는 등 악취에 시달려 살 수가 없다"며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여야 정치권은 조사단을 구성하는 등 악취문제 해결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한나라당 인천시당도 최근 '악취문제 조사단'을 구성,"국회에서 '악취방지법'의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인천시당도 논평을 통해 "악취 방지를 책임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가장 기초적인 악취방지법을 무시해 왔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인 해법도 없이 중구난방으로 말만 무성한 가운데 청라지구 입주민들은 단체행동에 나섰다. 청라지구 여성총연합회 회원들은 26일 청라동 주민센터에서 수도권매립지 정문까지 피켓을 들고 방독면을 쓴 채 물풍선 터뜨리기 퍼포먼스를 벌이는 등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인천시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 1분기 때 제2매립지 주변 19곳에서 악취(황화수소) 농도를 측정한 결과 통상적인 악취수준(0.5ppb)보다 1760배 높은 881.5ppb까지 나왔다.
인천시와 정치권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청라지구 입주민 김모씨(54)는 "매립지 악취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닌데 갑자기 정치권까지 나선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수도권매립지 악취 민원은 당분간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라지구에 올 연말까지 1만여가구가 입주하는 등 2013년까지 총 3만여가구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집단민원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