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에 '달러 뭉치'…리먼 때보다 2배 늘어

인사이드 Story - 바빠진 암달러상들

춤추는 환율에 안내판 숫자 쓰지도 못해…"정부 시장 개입하는 날엔 큰 손실 입기도"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던 3년 전보다 달러를 팔려는 사람들이 2배는 많아진거 같습니다. 그때보다 원 · 달러 환율 상승폭이 더 큰데다 하루에 20~30원씩 널뛰기를 하는 데 기다릴 수 있겠어요?"

암달러상과 공인환전소 등 100여곳의 환전상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남대문시장과 명동 일대.26일 이곳에서 만난 환전상 박모씨는 "2주 전 원 · 달러 환율이 1100원대로 올라서면서 100~200개(1만~2만달러)씩 뭉칫돈을 가져오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곳에서 1개라 하면 100달러를 뜻한다. "20~30개(2000~3000달러)씩 바꾸는 사람도 하루에 수십명은 된다"는 그는 기자에게 "가진 게 있으면 좀 더 쳐줄테니 오늘 꼭 팔라"고 종용했다.

외화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은행 등 금융사와는 대조적으로 이곳에선 오히려 '달러 뭉치'가 등장하고 있다. 노상 영업을 하는 권모씨는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팔자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오전에도 미국에 사는 아들이 보내준 돈을 1년째 가지고만 있었다는 한 노인이 100달러짜리 지폐 100장을 원화로 바꾸러 왔다"고 말했다. 그는 "한 개(100달러)에 12만1000원씩 1210만원에 샀다"고 덧붙였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160원대(팔 때)에서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40~50원을 더 얹어준 셈이다.

이곳 환전상들은 최근 환율이 가파르게 뛰었지만 달러를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다. 남대문에서만 30년째 영업을 하고 있다는 박모씨는 "원 · 달러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달러를 닥치는 대로 거둬들이는 상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환전상들의 고객 유치전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명동에서 점포를 열고 장사를 시작한 서모씨는 "오름세가 좀 더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며 "뭉치달러가 더 나올 것으로 보고 전단지를 돌리는 등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상인 중엔 '환율 방어'에 나선 정부의 대규모 시장 개입으로 큰 손실을 보기도 한다. 특히 23일 외환시장 마감 직전 외환당국의 달러 매도 주문이 쏟아지면서 환율이 1166원까지 밀리자 환전상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환전상들은 당일 사들인 달러를 더 큰 중개상 등에게 당일 넘기는데 장 막판에 환율이 급락하면 적잖은 손해를 입게 된다. 때문에 23일 환율 상승을 기대하고 대거 달러를 사들였던 환전상들이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는 전언이다.

일부에선 환율 변동이 너무 심해 오히려 거래가 끊겼다는 목소리도 있다. "10원 단위 아래 숫자는 그냥 지워버렸습니다. 말 그대로 (환율이) 춤추고 있는 데 도저히 따라갈 수 있어야죠." 명동에서 영업을 하는 최씨의 말이다. 그는 "보통 하루에 한두 번 정도 안내판에 있는 고시 환율을 바꾸는데 최근 들어 (환율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안내판 바꾸는 걸 포기했다"고 말했다. 암달러상 A씨는 "환율이 워낙 급변동하고 있고 위기 변수가 너무 많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보니 거래 자체가 뚝 끊겼다"고 한숨지었다.

향후 환율 전망에 대해 환전상들은 전문가 못지않은 분석도 내놨다. 특히 외화 유동성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 요즘 정부가 무리한 시장개입(달러 매도를 통한 환율 안정)을 지속하지는 못할 것이란 게 이들의 판단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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