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영 감독 "천주교 탄압한 비운의 현장, 영화기법으로 복원했죠"

소설 '새남터' 출간 이무영 감독
"역사적으로 보면 자기 믿음을 위해 죽어간 수많은 사람이 있잖아요. 그 사람들의 삶이 무가치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들의 삶이 훨씬 아름답기 때문이죠.그런 사람에게 매료돼 신념을 가질 수 있다면,세상을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면 목숨을 던질 만한 가치가 있는 것 아니겠어요. "

영화감독 이무영 씨(47 · 사진)가 첫 장편소설을 냈다. 조선 천주교 신자들의 목을 쳤던 비운의 형장 새남터와 평양을 배경으로 조선의 천주교 탄압 역사를 다룬 《새남터》(휴먼앤북스)다. 이 감독은 천주에 대해 믿음을 가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존경받던 양반집 자제에서 새남터의 망나니로 전락한 도금치의 삶을 통해 사랑과 우정,삶의 배신 앞에서 믿음이 지닌 진정한 의미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삶이라는 게 단 한 번밖에 없는데 무언가를 위해 던질 수 있다는 것,그런 신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인간은 누구나 그런 존재가 되고 싶지만 육신은 그러지 못하잖아요. 그런 안타까움 같은 것도 말하고 싶었습니다. "

그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복수는 나의 것' 등의 각본을 썼고 '휴머니스트''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그리고 태권소녀' 등의 연출을 맡았다.

"시나리오는 영화 제작 과정에서 바뀌는 경우가 많지만 소설은 제 생각대로 막 가도 된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시나리오는 수많은 내용을 대사 한 마디로 압축해야 하지만 소설은 펼친다는 것.그래서 여유가 있고,자유가 있다는 점 때문에 소설을 선택한 것 같아요. "영화감독이 쓴 작품답게 이 소설은 한편의 영화 같은 강렬한 서사와 긴장감 넘치는 전개를 선보인다. 망나니가 된 도금치의 현실과 양반집 자제였을 당시 최지상의 회상을 자유롭게 오가는 영화적 기법과 흥미진진한 극적 구도를 차용해 조선의 천주교 탄압 현장과 비극성을 생생하게 복원해낸다.

《새남터》는 2011 부산국제영화제 APM(아시아프로젝트마켓) 지원작으로 선정돼 영화로도 만들어진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