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평구 전집 17권 완간

'요새 국내는 물론 세계의 강력범죄 성행은 결국 인류가 2차대전 후로 과학주의,물질 경제주의의 최면에 걸려 양심이 마비되어 범죄에 대한 판단력과 억제력을 잃은 데 원인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여하,이가 나의 요새 인류에 대한 종교면에서의 진단이다. '(1995년 3월24일)

고(故) 노평구 선생의 '신앙일기' 제2권이 발간됐다. 김성진 씨가 편찬한 《노평구 전집》 권17이다. 노평구 선생이 1986년부터 1999년까지 기록한 일기를 모았다. 노평구 선생은 일제강점기의 애국지사이자 한국 기독교 무교회운동의 선구자다.

그는 '몸이 교회이고 생이 예배'라는 신념을 지키면서 스스로 성경을 연구하는 것이 신앙을 올바로 갖는 것이라고 보았던 전형적인 민족 기독교인이다.

함북 경성 출신인 그는 배재고보에 다니던 1930년 초 광주학생운동에 가담했다가 체포돼 8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출옥 후 학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되자 서울 도화동 산동네에서 빈민 어린이 교육활동을 펼쳤다. 종로의 서점에 진열된 '성서조선'을 보고난 뒤로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성서조선'은 김교신 선생 등 한국 무교회주의자들이 1927년 창간한 동인지다. 스승 김교신 선생의 권유로 일본 무교회운동의 창시자인 우치무라(內村鑑三)의 제자 쓰카모토 도라지(塚本虎二)와 야나이하라 다다오(矢內原忠雄) 문하에서 10년간 성경을 공부했다.

1946년에는 월간 '성서연구'를 창간해 50여년간 500호를 발간했으며 주일마다 종로 YMCA회관에서 성서연구 집회를 주최하는 등 한국의 무교회운동을 이끌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