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급등 지속에…日, 신흥국 투자자금 회수 잇따라

세계경제 '산 넘어 산'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등 신흥국에 대한 일본 개인들의 투자자산 규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투자 대상국의 통화가치 하락으로 엔화 환산 수익이 급감하면서 투자금을 회수하는 개인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개인들의 자금을 모아 브라질 기업과 부동산에 집중 투자하는 해외펀드의 순자산 규모는 지난 7월 말 8조엔에서 9월 말엔 6조3700억엔으로 줄었다. 두 달 만에 20%가량 자금이 빠져나간 것이다. 투자자들이 브라질 펀드를 외면하는 것은 그만큼 수익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브라질 펀드의 기준가격은 지난달에만 평균 15%가량 하락했다. 리먼사태가 발생했던 2008년 10월 한 달 동안 18% 떨어진 이후 월간 기준으로 근 3년 만의 최대 하락폭이다.

개인이 금융회사에 증거금을 맡기고 외환 매매를 하는 'FX시장'에서도 신흥국 통화의 인기는 떨어지는 추세다. 도쿄금융거래소의 FX거래 시스템인 '클릭365'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 거래건수는 지난달 말 4만6000건으로 2주 만에 40% 이상 감소했다. 터키 리라화 투자자도 연초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일본 개인들의 자금이 신흥국 펀드와 FX시장에서 이탈하는 가장 큰 원인은 환차손이다. 엔화 대비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8월 이후 16% 떨어졌고 남아공 랜드화와 터키 리라화 가치도 각각 18%와 9% 하락했다. 엔화로 환전할 경우 그만큼 수익이 줄어드는 셈이다. 니혼게이자이는 "그동안 일본 개인들은 엔고가 지속될 경우 엔화를 매도하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신흥국 화폐를 사들여 차익을 노리는 거래를 주로 해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패턴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엔고가 너무 급격하게 진행돼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단기 손실 규모가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계 스트리트스테이트은행의 도미타 기미히코 금융시장부장은 "일본 개인투자자들이 신흥국 투자를 두려워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