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바로 반영…"납품가 후려치기는 옛말"

共生현장 리포트…대ㆍ중기 함께 뛴다 - (2) 현대차 협력사 대동시스템

자금난 땐 대금 조기 지급…2·3차 협력업체까지 챙겨
사회공헌 활동도 동참 유도 "현대차 성장이 최고 동반성장"

인천남동공단 초입에 자리잡은 자동차 부품업체 대동시스템.지난달 30일 공장에 들어서자 수십명의 여직원들이 밝은 표정으로 각종 케이블을 조립하고 있었다. 이 회사의 생산라인 근로자 가운데 30%가량은 주부사원이다. 이석원 상무는 "55세 정년까지 마치고 퇴직한 주부사원이 26명"이라고 말했다. 회사가 그만큼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 주부사원 가운데 일부는 얼마 전 뜻깊은 경험을 했다. 이박형 부회장과 생산 직원 등 20여명의 대동시스템 임직원들은 지난달 24일 일손을 놓고 인천 부평의 해피홈보육원을 찾아 70여명의 보육원생을 아들과 딸처럼 보듬어 주는 봉사활동을 벌였다. 이 부회장은 "직원들이 좋은 일을 하게 된 것은 현대 · 기아자동차 덕분"이라고 했다. 현대 · 기아차는 올해 초 협력업체들과 사회공헌 활동을 함께 벌이는 '사회적 책임경영 지원협약'을 맺었다. 현대 · 기아차가 상품권이나 물품을 제공하며 협력업체들의 동참을 이끌어내고 있다.

◆2,3차 협력업체로 흐르는 자금지원

지난 9월 초 추석을 앞두고 이 회사 자금부에 갑자기 현금 13억원이 들어왔다. 현대차그룹이 협력업체들의 추석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조1500억원의 납품대금을 조기 지급했고 1차 협력사인 대동시스템에도 돈이 입금됐다. 당시 현대차는 납품대금이 2,3차 협력업체로까지 잘 흘러가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대동시스템은 13억원 가운데 9억8000만원을 2차 협력업체 15개사에 현금으로 지급했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추석 때마다 자금사정이 빡빡했는데 올해는 우리 같은 1차 벤더뿐만 아니라 2,3차 벤더들도 큰 어려움 없이 추석 자금을 융통할 수 있었다"며 "현대차 협력업체들로서는 어느 해보다 푸근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에게 "정부와 대기업들이 동반성장을 강조하고 있는데 달라진 게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동반성장이 별게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잘나가는 게 최고의 동반성장"이라고 했다. 자동차가 잘 팔려야 협력업체들의 실적이 좋아지고,그 성과가 2,3차 협력업체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2008년 매출(본사 기준) 627억원에서 2009년 753억원,지난해 994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11억원에서 40억원,55억원으로 늘었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 · 기아차의 성장이 고스란히 대동시스템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도 20% 정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자재값 연동하는 납품단가

과거 대기업들은 경기 침체 때 가장 먼저 협력업체의 납품단가부터 깎고는 했다. 비용 절감 차원이었다. "겨우 연명할 정도의 마진만 보장해 중소업체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많았다.

최근 들어 산업현장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현대 · 기아차는 올 들어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부품업체의 비용이 늘어나자 네 차례에 걸쳐 납품단가를 인상했다. 대동시스템도 지난 2월 구리 · 아연,3월 플라스틱,6월 선재,9월 철판 등 원자재 값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곧바로 반영했다. 회사 관계자는 "올 들어 3% 정도 납품단가가 올랐다"고 전했다. 그는 "쥐어짜기,후려치기라는 말은 먼 옛날 이야기"라고 했다.

◆대기업과 함께 글로벌 기업으로

대동시스템은 1980년 서울 성수동에서 출발한 이후 한우물만 판 중소기업이다. 1991년 남동공단으로 이전했다. 그 무렵 기술력을 인정받아 현대차에 납품을 시작하면서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본사 직원 280여명,매출 1000억원,순이익 55억원의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뿐만 아니다. 1997년 중국 칭다오에 해외공장(850명)을 설립했고 2007년부터 폴란드에도 현지공장(147명)을 가동하고 있다. 매출 비중은 현대 · 기아차 64%,한국GM 18% 등으로 국내 업체가 많지만 독일 키커드와 캐나다 마그나 등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에 대한 제품 공급을 늘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현대 · 기아차가 다른 자동차 회사에도 공급선을 뚫고 수출선도 다변화하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품업체가 경쟁력을 키워야 완성차 경쟁력도 덩달아 좋아진다는 현대차그룹의 동반성장에 대한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는 게 그의 해석이다.

남동공단=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