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ㆍ개인 고객 외환銀서 떠난다

매각 표류…영업력 약화
중소기업과 개인 고객이 외환은행에서 떠나고 있다. 외환은행 매각이 장기 표류하면서 외환은행 임직원들이 제대로 된 영업을 하지 않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개인,중기 고객 감소4일 금융감독원이 신건 민주당 의원(정무위 소속)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외환은행에서 대출받은 중소기업 수는 지난해 말 3만521개에서 7월 말 2만8423개로 6.9% 줄었다. 외환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도 지난해 말 16조3010억원에서 7월 말 15조6628억원으로 3.9%(6382억원) 감소했다.

외환은행에서 대출받은 개인사업자 수도 같은 기간 1만7276명에서 1만5935명으로 7.8% 감소했다.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 역시 같은 기간 2조6202억원에서 2조3535억원으로 10.2% 줄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환은행이 신규 대출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의 수신도 줄고 있다. 정기예금 잔액은 8월 말 현재 28조9462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29조3747억원)보다 4285억원(1.5%) 줄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은 10조원 넘게 증가했고,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8조원,4조원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말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맺은 뒤 외환은행 직원들이 6개월간 시위를 벌이며 정상 영업을 하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외환은행은 여기에다 현대종합상사 현대건설 등 알짜 기업 지분을 매각한 데다 앞으로 하이닉스반도체 지분을 처분하게 돼 기업 가치가 더 낮아질 것이라는 게 금융계 관측이다.

외환은행 주가는 이날 7000원으로 마감해 지난해 말 1만1800원에 비해 40.7% 하락했다.◆금융당국과 갈등 야기

외환은행은 법을 위반하면서 위반사항을 인정하지 않는 등 금융당국과 갈등을 야기시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은행법 개정으로 금지된 포괄담보 대출을 해오다 금융감독 당국에 적발돼 ‘기관주의’조치를 당했다.포괄담보란 거래마다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 전부를 포괄하는 추상적 신용거래 계약으로 은행이 채권담보를 강화하기 위해 남용해 왔다.김효상 외환은행 여신본부장은 “지난해 11월 처음 법으로 시행된 포괄담보 금지 제도에 대해 계도기간도 없이 바로 적용하고 다른 은행들도 법 시행이후 과거 관행을 바로잡지 못해 지적된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외환은행 본점에선 공문도 보내고 계도를 했지만 말단 외환은행 지점에서 이를 잘 따르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세춘 금융감독원 일반은행검사국장은 “관련 법이 이미 지난해 1월 입법예고됐고 5월부터 은행법이 개정됐으며 6개월뒤에 시행했다”며 “계도기간을 안줬다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그는 또 “이미 시중은행들은 포괄담보대출을 법 시행후 전산으로 막아놓고 일부는 소급적용해 과거 맺었던 포괄담보를 모두 한정담보로 재조정하기도 했다”며 “타 은행은 모두 이를 지켰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외환은행이 신규 영업을 안하니깐 재무건전성 지표는 나쁘지 않다”면서도 “외환은행의 내부통제와 경영관리가 엉망이었던 것이 이번 검사에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7월 고배당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외환은행이 3·4분기 분기배당도 실시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지난 2분기 현대건설 지분 매각이익으로 1조1518억원(세전 기준)을 기록한 외환은행은 하이닉스 매각에 따른 특별이익이 생길경우 론스타가 배당으로 가져갈 가능성도 있다.최은성 외환은행 여신관리본부장은 “하이닉스 매각이 론스타와는 상관없다”고 말했지만 론스타가 배당을 통해 외환은행의 장기 성장동력을 빼먹으면서 외환은행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