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 리 ABC 수석부사장 "할리우드 배우 되려면 美 문화부터 익혀라"

"할리우드에 진출하려는 배우들은 주류 영화나 방송 드라마의 조역을 거쳐 큰 배역으로 옮기는 수순을 밟는 게 좋습니다. 미국 진출작에서 주역으로 나섰다가 문화장벽으로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할리우드 영화 '지아이 조'에서 조역으로 흥행에 성공한 이병헌 식의 방법이 독립영화 '워리어스 웨이'에서 주연한 장동건 방식보다 낫다는 얘기죠."

켈리 리 ABC 수석부사장(사진)은 5일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진출하려는 한국인들에 대해 이렇게 조언했다. ABC 방송사에서 드라마와 코미디 분야 캐스팅을 총괄하는 그는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미드 '로스트' '그레이 아나토미' '스크럽' '위기의 주부들' 등의 캐스팅을 지휘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이날 주최한 '2011 코리안 아메리칸 인 할리우드 멘토' 세미나에서 연사로 참석한 그를 만났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일하려면 끊임없이 훈련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연기력뿐만 아니라 영어 실력도 필수입니다. 영어는 호주나 영국식이 아니라 미국식 악센트를 구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

그는 미국과 한국의 문화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캐스팅 담당자가 배우와 단독으로 면접합니다. 배우의 이미지와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서지요. 그러나 한국 배우와 면접할 때는 기획사 매니저 등 여러 사람이 군단으로 동석합니다. 미국에서는 절대 이런 식으로 미팅을 하지 않습니다. "그는 '로스트'의 김윤진과 남편 역의 대니얼 대 김,'그레이 아나토미'의 산드라 오,'스타트랙'의 존 조 등 한국계 미국인들을 대거 발탁했다.

"영화 '쉬리'에 나온 김윤진을 보고 스타성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로스트'가 시작될 무렵 J J 에이브람스 감독에게 김윤진을 소개했죠.감독도 마음에 들어 그에게 맞는 역할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미국 시민권자인 김윤진은 연기력뿐 아니라 영어도 완벽했어요. "

ABC 방송사에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계 캐스팅 비율은 미국 내 아시아계 인구와 비슷한 5% 선이라고 했다. "백인 외에 흑인,라틴계,아시아계 순으로 많은데 아시아계 비중을 키우려면 창작 분야에 많이 진출해야 합니다. 아시아인에 대해 잘 알아야 대본에 그 캐릭터를 집어넣지요. "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