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10번' 박원순, 무당파 잡았지만 민주당심 달래야

"정신적 민주 후보" 시의원 만나
박원순 후보가 7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박 후보는 후보등록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 입당 문제에 대해 대승적으로 생각해준 손학규 대표와 민주당원 여러분께 부끄럽지 않은 후보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의 정치 문화 · 시스템에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간절한 열망을 실천해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 후보의 무소속행은 선거 전략상 실보다 득이 많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우선 무소속 후보로 나서 한나라당엔 반대하면서도 민주당을 좋아하지 않는 중도파 지지자들의 이탈을 막았다는 평가다. 서영석 정치평론가는 "박 후보의 지지율은 50% 안팎으로 민주당 지지율 20~30%를 훨씬 상회한다"며 "이런 민주당 밖의 지지자들은 박 후보가 민주당으로 입당했을 때 등 돌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박 후보의 입당에 반대하는 여론이 훨씬 많았다.

박 후보는 제1 야당인 민주당도 중요하지만 열성 당원이 있는 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등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무소속 야권통합후보로 남는 것이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불리한 점도 있다. 민주당 조직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 선거법상 무소속 후보는 정당 후보에 비해 선거사무원 수나 기호 추첨에서 불리하다. 실제 박 후보는 이날 기호 10번을 배정받았다. 법상 등록 가능한 선거사무원 수와 연락소장 수도 지역구 수(48개)로 제한돼 있다. 무소속인 박 후보는 이 범위를 넘어설 수 없는 반면 정당 후보는 유급 사무직원이나 국회의원이 법정사무원 수에 계산되지 않기 때문에 추가 동원이 가능하다. 그러나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이번 선거에선 선거 유세나 조직 동원이 중요하지 않다"며 무소속 후보라 조직 동원에 불리하다는 의견을 일축했다. 박 후보가 가장 고심할 부분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서울시 의회와의 관계다. 박 후보는 민주당 의원들의 협조 없이는 시장에 당선된 이후에도 험로가 예상된다. 그는 이날 서울시 의회에서 40여명의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을 만나 "정신적으로는 민주당 후보"라면서 "미래의 더 큰 민주당 당원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지지와 협력을 호소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