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방문객

최인아 < 제일기획 부사장 namoo.choi@samsung.com >
바야흐로 채용 시즌이다. 젊음을 바쳐 자신을 갈고닦은 인재들이 기업의 문을 두드린다. 모든 지원자를 받아들일 수 없어 안타깝지만 기업은 기업대로 그들을 반갑게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 회사도 신입사원 전형이 한창이다. 회사 로비가 젊은이들로 그득하고,면접장 주변은 그들의 긴장된 활력이 넘친다. 나는 면접관으로 그들과 마주 앉았다. 지원자가 예상보다 많아 사흘을 꼬박 면접에 할애했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그러면서도 인성을 잘 갖춘 인재가 누구인지 한 사람 한 사람 집중해서 살피는 일은 꽤나 에너지가 드는 일이다. 하루 동안의 면접 절차가 끝나고 나면 녹초가 될 만큼 힘이 들었다. 하나 지원자들의 긴장과 피로에야 비길까. 그들은 다들 파김치가 되었으리라.하지만 신입사원 면접은 힘이 들어도 즐거운 시간이다. 올해는 어떤 친구들이 왔을까 자못 설렘도 큰데,그야말로 다양한 꽃들이 가득 피어 있는 꽃밭을 보는 기쁨이 있다. 화려한 장미의 아름다움이 있는가 하면 가을 국화의 풋풋한 매력도 있다. 그런가 하면 키 큰 해바라기와 가냘픈 채송화까지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개성껏 뿜어낸다. 그들의 몸짓은 모두 신선하고,그들의 언어는 기특하며,그들의 눈빛은 간절하다.

쉬는 시간,나는 잠시 다른 생각에 빠져드는데 정현종 선생의 '방문객'이란 시를 떠올려 본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라고 이어지는.

나는 이 시를 읽으며 그간 사람을 새로 만날 때마다 들었던 생각,하나 나의 부족한 언어로는 명확히 표현하지 못했던 느낌이 무엇인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우리가 누군가와 만난다는 것은 단지 삼십 분,한 시간 동안을 마주하는 게 아니라 그의 일생과 나의 일생이 통틀어 한 지점에서 만나는 거였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한 세계가 새로 열리고 새로운 우주가 탄생하곤 하는 거였다. 면접 중에 지원자에게 물었다. 우수한 인재가 모이게 하려면 기업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지원자가 대답했다. 우수한 선배가 많은 회사라면 좋겠다고.훌륭한 선배들을 만나 그들 밑에서 배우며 실력을 키우고 싶다고.

기업이 신입 사원을 뽑고,젊은 친구들이 취업하는 것은 단지 인재를 구하고 일터를 정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 회사에 조금 일찍 들어온 사람과 이제 들어오는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만나는,일생과 일생이 만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그런 일인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어마어마한' 일인 것이다.

앞에 소개한 '방문객'의 시 다음 구절은 이렇게 이어진다. "부서지기 쉬운,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신입 사원을 뽑고 나자 선배로서 더 큰 숙제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