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풍경] 깊어가는 하노버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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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나무들이 옷 벗을 채비를 한다. 수줍은 나신을 드러내기에 앞서 저마다 걸쳤던 초록의 겉옷 아래 감춰 둔 울긋불긋 화려한 언더웨어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여름 우리에게 신선한 공기와 시원한 그늘을 마련해 준 나무는 마지막 순간을 고혹적인 색채로 장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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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들의 마지막 무대를 빛내는 갤러리. 그들이 벗은 속옷을 사각사각 밟는 것은 아름다운 녹색 의상을 다시 보게 될 때까지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북부 독일 하노버의 가로가 서서히 누런색으로 물들고 있다. 두 남녀의 뒷모습에서 가을을 보내는 아쉬움이 물씬 풍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