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통한 우회상장 쉬워진다

비상장사 합병 때 기업가치 산정 자율화
투자자 보호장치도 마련…연내 규정 개정
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이 비상장회사와 합병할 때 해당 기업의 가치를 자율적으로 산정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스팩과 우량 비상장회사의 합병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스팩의 합병가액 산정을 자율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스팩 제도 개선안'을 금융감독원 및 한국거래소 등과 함께 마련했다. 금융위는 연내 관련 규정을 개정해 시행할 계획이다. 개선안에 따르면 스팩이 비상장사와 합병하기 위해 합병가액을 산정할 때 자본환원율에 제한을 두도록 한 규정에 예외를 인정,증권사들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비상장회사와 스팩의 합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감독당국은 지난해 11월 우회상장을 규제하기 위해 비상장 법인의 수익가치를 산정할 때 할인율(자본환원율)을 종전 5% 수준에서 10% 이상으로 강화했다. 자본환원율이 올라가면 비상장회사의 기업 가치는 그만큼 떨어진다. 이에 따라 우량 비상장사들은 스팩을 통한 상장보다 직접 상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2009년 12월 스팩 도입 이후 비상장사와 합병한 스팩은 2개에 불과해 스팩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스팩이 자본환원율 적용의 예외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금융위는 스팩의 합병에 반대하는 투자자에게 부여하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를 정할 때 순자산가치(NAV)를 기준으로 하도록 했다. 또 스팩 설립 초기에 증권사(스폰서 · 발기주주)가 투자해 보유하게 된 스팩 주식의 보호예수 기간을 '합병 후 6개월'에서 '합병 후 1년'으로 늘리도록 했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스팩은 기업공개(IPO)와 우회상장의 중간 채널로 자본시장에서 자리잡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 스팩(SPAC)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기업인수목적회사.기업 인수 · 합병(M&A)만을 목적으로 하는 명목상의 회사다. 스팩을 설립한 후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하고 기업공개(IPO) 후 상장해 일정 기간(3년) 내에 비상장 우량 기업을 합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서정환/안재광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