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부실채권 '큰 장' 선다…연내 5조6000억 털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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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 도입으로 ABS 발행 막혀 물량 급증…대출 회수 가능성 높아 낙찰률 오히려 상승연말까지 부실채권(NPL) 큰 장이 선다. 은행권에서만 5조원 넘는 부실채권(NPL)이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에 따른 부실대출 매각 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채권이 부실화되고 있는 것도 요인이다. 이에 따라 NPL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기관과 연기금들은 NPL투자로 수익을 얻기 위해 준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올 NPL시장 11조원대24일 삼정회계법인과 연합자산관리(유암코) 등에 따르면 11월 이후 NPL 매각 물량은 5조4000억~5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은행이 11월 중순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5600억원을 매각할 계획이다. 국민은행도 5200억원 정도의 NPL을 내놓을 전망이다. 기업은행과 우리은행도 5000억원 안팎의 NPL을 매각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농협은 이미 유암코에 2500억원의 NPL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유암코 관계자는 "일반담보부채권 이외에 PF채권까지 포함하면 은행권에서만 5조원 중반의 물량이 올해 안에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금융위기 전 연간 5조~6조원이던 NPL 매각규모가 2009년 8조원,지난해 10조원까지 늘어나더니 올해는 11조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IFRS 시행과 부동산 PF 부실이 요인NPL시장이 커지고 있는 주된 요인은 지난해부터 IFRS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2009년까지 은행들은 NPL이 발생하면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NPL비율을 낮춰왔다.
하지만 IFRS 도입으로 ABS를 발행하는 특수목적법인(SPC)까지 연결대상이 되면서 NPL을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 없게 됐다. 2009년 3조8000억원에 달했던 NPL ABS가 지난해부터 자취를 감춘 것은 이 때문이다.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NPL을 다른 기관에 매각하는 것이 은행의 NPL비율을 낮출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됐다"며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NPL 매각 물량이 일정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PF관련 부실자산이 나오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주요 은행들은 몇 차례 PF관련 NPL 매각을 시도했지만 매입자와의 가격 차이를 좁히지 못해 실패했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은행들은 추가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NPL을 매각하려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저축은행들의 부실자산도 NPL시장에 나오고 있어 올해 말과 내년 상반기 NPL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공급 늘어나는데 올라가는 낙찰률NPL시장에서는 공급이 크게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낙찰률도 올라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09년까지만 해도 NPL 낙찰률은 70%대 수준이었다. 1억원짜리를 7000만원만 받는 것이 고작이었다. 올 들어선 달라졌다. 지난 4월 메리츠종금증권이 하나은행 NPL을 인수할 때 낙찰률은 88%였다. 역대 최고였다. 5월 유암코가 신한은행 NPL을 인수할 때는 낙찰률이 90%로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적용을 낙찰률 상승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LTV 시행으로 은행들이 부동산 가치의 40%까지만 담보를 인정해 대출을 집행하면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는 것이다. 유경재 삼정회계법인 NPL담당 상무는 "지난해 이후 나온 NPL은 대부분 LTV가 적용돼 낙찰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노경목/김은정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