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슈퍼 엔高 저지' 전방위 시장개입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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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당 73엔대 껑충…올들어 네 번째 최고치엔화 가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일본이 바뀐 건 없다. 슈퍼 엔고(高)가 지속될 정도로 잘나가는 구석도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미국과 유럽 등 경쟁 상대국의 경제가 일본보다 더 죽을 쑤고 있을 뿐이다. 일본 기업에는 초대형 악재의 지속이다. 지진 이후 가뜩이나 힘겨운 일본 경기 전반이 엔고로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은행을 통한 금융완화 정책과 함께 직접적인 시장개입 등 일본 정부의 강력한 대응이 예상된다. "엔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아즈미 준(安住淳) 재무상은 26일 외환시장에 경고장을 던졌다.
국채매입기금 증액 유력…中企 보조금도 서둘러
◆엔화,나홀로 상승세일본 엔화 가치는 25일 뉴욕시장에서 달러당 73.73엔까지 올랐다. 지난 21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75.78엔)를 나흘 만에 갈아치웠다. 올 들어서만 네 번째 신기록 행진이다. 다음날 열린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엔화 상승세는 지속됐다. 장중 한때 달러당 76엔대가 무너지며 '도쿄 외환시장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엔화는 올 들어 세계 거의 모든 통화 대비 강세를 지속 중이다. 브라질 헤알화에 비해서는 12%가량 비싸졌고 한국 원화와 미국 달러,호주달러 등과 비교해서도 4~7% 정도씩 올랐다.
외환시장에서는 '엔화에 투기세력이 붙었다'고 해석했다. 투기의 빌미는 유럽과 미국이 제공했다. 유럽연합(EU)이 26일로 예정됐던 재무장관 회의를 연기했다는 소식이 유럽 재정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최근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도 줄줄이 예상치를 밑돌고 있다. 시장에서는 '제3차 양적완화' 정책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24일 "미국 중앙은행(Fed)의 정책이 모두 소진된 것은 아니다"며 시장의 해석에 맞장구를 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로와 달러를 팔고 나면 주요 통화 가운데 엔화와 스위스프랑 정도밖에 남는 게 없는데,스위스 정부는 최근 시장개입에 적극 나서고 있어 매수세가 엔화로만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日 정부,시장개입 초읽기
일본 정부는 추가적인 금융완화 정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시장에 돈을 풀어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겠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는 국채 등을 매입할 수 있는 기금을 5조엔 정도 증액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일본은행은 지난 8월에도 이 기금을 40조엔에서 50조엔으로 10조엔 늘렸다.
엔고로 인한 충격 방지책 마련도 서두른다. 3차 추경예산안에 엔고 대책 예산을 대거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 수출기업과 중소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추경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경기부양책을 실시한다는 계획도 잡아놓았다. 경제 관련 부처 차관급 인사와 일본 은행 고위 간부 등을 중심으로 엔고 대책 전문조직을 신설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