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받은 '박근혜 대세론'

10·26 정치 빅뱅

4년 만에 등판해 패배, '대선 전초전'서 큰 상처…젊은층 흡수 당면 과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선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4년 만에 지원에 나선 서울시장 선거에서 완패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6일 나경원 후보를 지원하겠다고 밝히고,13일부터는 "우리 나경원 후보…"라고 친밀감을 과시하며 공식 유세전에 뛰어들었다. 2007년 대선 지원 이후 처음이다. 박 전 대표는 이번 지원 유세에서 오른팔 통증으로 악수를 못할 정도로 선거에 올인했다. 그런 만큼 서울시장 선거 패배의 충격은 크다. 친박계 의원들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26일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잠들어 있는 현충원을 방문한 뒤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가 줄곧 휴식을 취했다. 개표 방송도 자택에서 조용히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친이계 의원은 "이번 선거 결과는 젊은층부터 40대까지 한나라당으로부터 등을 돌렸음을 보여준다"며 "기득권을 놓지 않고 색깔론과 네거티브 공세 등 중도층이 싫어할 만한 일을 구태의연하게 했고,이에 대한 국민의 경고"라고 해석했다. 이어 "이런 모습은 박 전 대표에게 투영돼 있어 이를 수정하지 않는 한 대세론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원희룡 최고위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약 10%포인트 차이면 40만표 차이인데,이는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이길 때 서울에서의 표 차이 35만표보다 많다"며 "지금까지 움직이지 않았던 한나라당의 대선 전략도 새로 짜거나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젊은층과 중도층에 우호적인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박원순 범야권 후보를 지원하며 대선 전초전 형식으로 치러진 만큼 '안풍'(安風 · 안철수 바람)이 '박풍'(朴風 · 박근혜 바람)보다 더 위력적이라는 해석은 뼈 아프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뒤 특별한 논평을 내지 않는 등 말을 아꼈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나라당도 박 전 대표를 대항할 만한 인물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어서 당장 당내 대세론에 대한 상처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문제는 박 전 대표와 한나라당이 젊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잡느냐는 숙제를 어떤 식으로 푸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