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택선 교수의 생생 경제] (13) 실업률 통계의 맹점

노택선 < 한국외국어대 경제학 교수 tsroh@hufs.ac.kr >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나라 실업률 통계의 문제점을 지적한 보고서가 나오면서 고용통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 9월 우리나라 실업률은 3%였다. 7월의 3.3%에서 8월에 3%로 떨어진 후 같은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참고로 9월 중 미국 실업률은 9.1%였고 유로존의 경우 10.2%,일본은 4.1%였다. 경기가 안 좋은데 실업률은 오히려 떨어졌으며,미국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도 절반에 훨씬 못 미친다. 이러니 고용통계 조사 및 실업률 계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실업률 통계는 3만3000가구를 표본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작성한다. 우선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15세 이상 인구'를 확정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통해 비경제활동인구를 가려낸다. 그 다음 경제활동인구를 대상으로 취업자와 실업자를 구분하고,이 중 실업자의 비율로 실업률을 계산한다.

설문은 지난 1주일 동안 한 시간 이상 일해 소득을 얻은 적이 있는지를 물어보고 '있다'고 하면 취업자로 분류하고,'없다'고 하면 다시 지난 4주일간에 걸쳐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한 적이 있는지 물어본다. 그래서 '없다'고 대답하면 일할 의사가 없는 사람으로 간주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하고,'있다'고 대답하면 다시 지금 일이 주어지면 하겠는지 물어본다. '그렇다'고 대답하면 실업자로 분류하고,'아니다'고 대답하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설문방식에 있어서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미국과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일시해고로 인해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을 미국은 구직활동에 관계없이 실업자로 간주한다는 점이 우리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구직을 포기한 사람들과 취업을 위해 무언가를 준비하는 사람을 어떻게 취급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계속되는 구직활동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얻지 못해 지난 4주일 동안 구직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사람은 우리 조사기준에 따르면 실업자가 아니다. 또한 구직활동을 하다가 잘 안돼서 조사시점보다 4주일 이전부터 다른 시험준비를 하고 있는 취업준비자도 역시 실업자가 아니다. 이래서 실업률 통계가 이른바 체감 실업률과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설문 방식이 국제기준을 따르고 있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업률 통계의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용지표를 다양하게 개발해서 많은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실업률을 15주일 이상 실업상태에 있는 사람의 비율(U-1)부터 한계노동자와 파트타임 노동자를 포함한 실업률(U-6)까지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노택선 < 한국외국어대 경제학 교수 tsroh@huf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