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發 전세난 오나…1만 가구 '이주 릴레이'

11월 고덕시영 2500가구 등 2~3년간 재건축 단지 이주…인근 다세대 전셋값 오를 듯
"고덕지구에서 재건축 이주가 시작되면 강동구 일대 다세대 · 다가구 주택 전셋값이 들썩일 가능성이 큽니다. "(양원규 고덕동 실로암공인 사장)

서울 강동권 재건축 아파트 단지 밀집지역인 고덕지구에서 오는 26일부터 재건축 이주가 시작된다.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10개 단지(구역),1만2300여가구 가운데 고덕시영이 첫 번째 주자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고덕주공4단지 등 다른 곳도 향후 2~3년간 잇따라 이주할 예정이어서 강동지역 전세난이 만성화되면서 서울지역 겨울 전세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고 예상했다.

◆이주 시작하는 고덕지구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덕시영재건축조합은 오는 26일 관리처분총회를 열어 조합원들의 재건축 분담금 등을 결정하고 이주에 나선다. 조합은 관리처분총회 직후 2500명의 조합원들에게 이주비를 지급할 계획이다. 2004년 고덕주공1단지(현 고덕아이파크) 주민들이 재건축을 위해 집을 옮긴 지 7년 만에 재개되는 이주다.

고덕지구에서 재건축 이주는 꼬리를 물고 이어질 전망이다. 고덕시영에 이어 관리처분총회를 개최할 예정인 고덕주공4단지는 이르면 내년 초 이주가 시작된다.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은 고덕주공7단지 등도 내년 하반기에는 이주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고덕주공 2 · 3 · 5 · 6단지 등이 그 뒤를 이을 예정이어서 재건축 이주는 향후 3년간 계속된다.

재건축 이주 재개 시점은 예상보다 늦춰질 수도 있다. 고덕시영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고덕시영 고덕주공4단지 등의 조합원들이 '분담금이 너무 많다'며 조합에 시공사 교체나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관리처분총회가 순조롭게 끝나지 않으면 이주 시점도 다소 미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겨울 전세시장 '태풍의 눈'

지난 여름 청실 · 경복 등 강남구 재건축 추진 중층아파트의 주민들이 이주를 시작하면서 강남권 전셋값이 크게 움직였다. 여름방학 이사철과 재건축 이주가 맞물리면서 대치동 아파트 전셋값은 1억원 이상 올랐다.

올겨울에는 강동구 재건축 이주가 전셋값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은자 고덕동 소망공인 사장은 "고덕시영 2500가구는 주변 전세가에 영향을 미치기에 충분한 물량"이라며 "학군이 좋아 주민들은 인근에서 눌러 앉고 싶어하지만 전세 매물을 찾기가 마땅치 않다"고 전했다. 강동권의 전세난은 아파트가 아닌 다세대 · 다가구주택에서 두드러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고덕지구 아파트는 공급면적 36~59㎡(약 11~18평) 안팎으로 비좁고 낡아 전셋값은 4000만~1억2000만원 수준이다. 아파트 주민들이 전셋값이 비슷한 암사동 등 인근 다세대 · 다가구로 옮기면서 서민주택의 전세난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나비에셋의 곽창석 사장은 "주변 전셋값이 많이 올라 아파트 세입자들은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으로 밀려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