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홍준표의 이상한 소통법
입력
수정
도병욱 정치부 기자 dodo@hankyung.com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31일 서울 홍익대학교 앞 호프집을 찾았다. 10 · 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에 등을 돌린 '2040세대'와 직접 소통하기 위해서였다. 타운미팅이라는 그럴싸한 이름도 붙였다.
홍 대표는 "20대와 30,40대 등 우리에게 마음을 멀리한 계층의 고민이 무엇이고 현실적 대책이 무엇인지 현장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도록 하겠다"고 타운미팅 취지를 설명했다. 그렇지만 현장에서의 그의 모습은 전혀 달랐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에 대해 "정치판에 들어오면 한 달 안에 푹 꺼진다"고 혹평했다. 당내 개혁을 주장하는 이들을 겨냥해선 "꼴 같잖은 게 대든다"며 "여기까지 차올라 패버리고 싶다"고도 했다. 특정 대학교 출신을 싫어한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다음 총선에서 판 · 검사 출신 의원을 줄이겠다고도 했다. 젊은이들과의 '소통'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발언이었다.
홍 대표는 유승민 · 원희룡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난 다음에야 사과의 뜻을 밝혔다. "나쁜 의도로 한 이야기들이 아닌데 잘못 전달된 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공개적으로 직접 해명하지 않고 김기현 대변인을 통해 했다. 파문이 일자 다음날부터는 타운미팅 일정 일부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지난 1일 오후 당 사무처 직원과 가진 타운미팅은 아예 문을 걸고 했다. 금융회사 직원들과의 저녁 만남은 1시간 정도만 공개했다. 2일에도 당 사무처 직원과 만났지만 일정 자체를 공지하지 않았다.
타운미팅은 식민지 시대 미국의 주민총회에서 유래됐다. 동네 공회당을 뜻하는 타운 홀에서 주민들이 모여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이야기를 듣는 소통의 장이었다. 모임의 규칙도,참가 자격 제한도 없고,누구에게나 공개됐다. 한나라당은 "젊은이들의 가감없는 얘기를 듣고 싶어서…"라고 비공개 이유를 댔지만 홍 대표의 타운미팅은 아무래도 이런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타운미팅에 참여했던 한 대학생은 "한나라당은 젊은이들과 공감하거나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어떻게든 표로 끌어들이는 데만 신경을 쓴다"고 쓴소리를 했다. 한나라당이 젊은이들의 마음을 얻기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도병욱 정치부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