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1] 하토야마 "한ㆍ중ㆍ일 대학 교류 '캠퍼스 아시아' 확대하자"

기조연설 / 세계경제 리더십과 인재양성

학점 교환ㆍ성적평가 가이드라인 마련
시범사업 진행 중…日 50개 대학 신청
하토야마 유키오(鳩山 由紀夫) 전 일본 총리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3국 간의 대학교육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2일 인재포럼 기조연설에서 "한 · 중 · 일 세 나라는 오랜 기간 국제사회에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면서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유럽이나 미국을 추종하는 모델이 아닌 아시아만의 특징을 살린 교육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며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캠퍼스 아시아 구상'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캠퍼스 아시아는 한 · 중 · 일 대학생들이 공통 커리큘럼에 따라 상대국 대학에 머물며 공부해도 학점을 인정해주는 제도다. 국내에서는 현재 서울대 등 10개 대학이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캠퍼스 아시아로 인재 육성

하토야마 전 총리는 "옛날 중국 당나라의 선진 문물을 얻기 위해 일본은 견당사(遣唐使)를 보냈다"며 "목숨 걸고 바다를 건너간 이들의 노력으로 당시 일본과 중국은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교류했다"고 소개했다. 항해기술과 정보기술(IT)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더 이상 목숨 걸고 정보 수집에 나서는 일은 없지만 앞으로 세계에서 통하는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선 한 · 중 · 일 대학 간 연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인재 양성은 한 · 중 · 일 3개국의 영원한 숙제이자 가장 큰 관심사"라며 "서양과 달리 동일성을 존중하는 아시아 지역의 전통 문화를 바탕으로 3개국 대학 간 교류를 확대하는 '캠퍼스 아시아 구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캠퍼스 아시아는 지난해 5월 한 · 중 · 일 정상회의에서 대학 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합의된 후 추진돼왔다. 학점 상호 교환과 성적 평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정해졌으며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50개 이상의 대학이 신청했고 이달 중 세부 프로그램을 확정하면 올해 안에 한 · 중 · 일 학생 교류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별 장점 살려야

동아시아는 국가와 지역마다 다른 역사관,가치관이 있어 이들의 차이가 때로 지역 간 분쟁을 낳기도 하지만 특유의 역동성을 창출하는 원천이 된다고 하토야마 전 총리는 강조했다.

각국의 장점을 살리면서 미래를 짊어질 인재를 키우기 위해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아시아인의 특징 중 하나는 서양의 이원론과 달리 '나와 남''인간과 자연'의 차이를 대립적인 것이 아닌 동일한 것으로 보는 데 있다"며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동아시아 공동체 구축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자립과 공생에서 한발 나아가 우애의 정신을 기르는 것도 인재 창출에 큰 도움을 준다고 소개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일본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고교와 전문대 과정이 통합된 일명 '고전(高專)'이라 부르는 학교로 일본에 57개가 있다.

이곳에선 실험과 실습 등을 중심으로 교육이 진행되고 있으며 '혁신성''창조력'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는 "고전 졸업생은 1인당 20여개사의 입사 요청을 받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요즘처럼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일본의 고전 시스템을 아시아 지역에 수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성호/강경민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