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 숨죽인 증시…'급락 vs 랠리' 갈림길에 서다

코스피 11P 하락 '선방'…코스닥은 3일째 상승
4일 그리스 내각 신임 투표가 연말랠리 분수령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유럽 구제금융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또다시 '불확실성의 늪'에 빠져들었다.

2일 코스피지수는 0.61%(11.62포인트) 떨어진 1898.01로 장을 마쳤다. 전날 2~5% 급락한 뉴욕 유럽증시 등의 영향으로 장중 50포인트 가까이 빠졌던 코스피지수는 기관 등의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낙폭을 줄였다. 하지만 최근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던 외국인은 3505억원어치를 내던지며 '유럽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또다시 불거진 그리스 변수는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는 물론 글로벌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4일로 예정된 파판드레우 총리를 포함한 현 내각에 대한 의회의 신임투표 결과는 4분기 안도랠리를 연장시킬지,또다시 폭락장으로 이끌지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지겹다 그리스" 내성 생긴 국내 증시

최근 국내 증시는 상대적으로 유럽문제 등 대외 변수에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이틀 유럽문제로 휘청거린 미국 유럽 증시에 비해 장 후반 강세로 돌아서거나 낙폭을 줄이는 저력을 보여줬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대외 악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3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국내 증시가 대외 변수에 내성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원투 펀치' 역할을 하면서 지수 견인에 앞장서고 있는 덕분이다. '100만원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삼성전자는 이날도 장 후반 낙폭을 줄여 1.92%(1만9000원) 떨어진 97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현대차는 4일 연속 상승하며 23만2000원까지 올랐다.

반면 유럽 리스크에 일희일비하는 조선주는 일제히 급락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은 전날에 이어 3~4% 이상씩 하락하면서 '안도랠리'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우리금융지주 외환은행 하나금융 등 금융주들도 약세를 보였다.

◆분수령은 그리스 내각에 대한 신임 투표국민투표 발의보다는 4일로 예정된 그리스 총리 등 현 내각에 대한 신임투표 결과가 글로벌 증시의 방향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현 내각에 대한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총리가 선언한 국민투표는 '없던 일'이 된다. 그렇게 되면 구제금융안이 받아들여지고 4분기 안도랠리는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박정우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집권당인 사회당 내 이탈자가 생기고 있어 그리스 총리가 재신임받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럴 경우 연말 안도랠리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국민투표가 무산되면 자생적인 경기 회복과 실적 회복 종목을 중심으로 연말 2080선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 내각에 대한 신임안이 가결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공언한 대로 내년 1월 구제금융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공산이 크다. 이때까지 글로벌 증시는 그리스 변수에 예민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변동성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국민투표에서 구제금융안이 부결되면 그리스는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지게 되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탈퇴할 게 분명하다. 신용위기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증시는 격랑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민투표를 강행하게 되면 그때까지 불확실성이 연장되는 셈"이라며 "국민투표에서 구제금융안을 거부하면 지난 8월 못지않은 폭락장이 연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손성태/안상미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