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총리 사퇴→조기총선' 암초

국민투표 철회 디폴트 위기 넘겼지만…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뒤흔들었던 국민투표를 철회했다. 연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선 벗어났다는 평이다. 그러나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의 사퇴설이 나오는 등 정치 불확실성은 높아졌다. 당장 4일 밤(현지시간) 예정된 신임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가 변수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3일 열린 긴급 각료회의에서 "야당이 2차 구제금융안에 동의한다면 국민투표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투표를 철회하는 대신 야당인 신민주당과 함께 과도정부를 구성하고 구제금융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파판드레우 총리의 발언은 신민주당의 안토니오 사마라스 당수가 조기 총선을 전제로 구제금융안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힌 뒤 나왔다. 의원 과반의 반대로 국민투표 시행안이 의회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 상황에서 구제금융안에 반대하던 신민주당이 입장을 바꾸자 국민투표를 철회한 것이다.

이로써 그리스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차 구제금융의 마지막분인 80억유로를 지급받을 수 있게 됐다. 그리스는 다음달 중순까지 80억유로를 받지 못하면 디폴트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유럽 수뇌부가 그리스가 국민투표를 강행하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구제금융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압박했기 때문이다.

그리스 의회가 2차 구제금융안 승인을 위해 과도정부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은 향후 구제금융 집행에 있어 긍정적이다. 그러나 야당이 총리 퇴진과 조기 총선을 전제로 구제금융안을 지지하겠다고 한 반면 파판드레우 총리는 조기 총선을 거부하고 있어 향후 협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조기 총선을 두고 의회 내 힘겨루기가 벌어지면 구제금융 지원이 미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지금처럼 중대한 시기에 권력 공백이 있어선 안 된다"며 조기 총선에 반대했다. 그는 그러나 "재선에 관심이 없고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해 퇴진 요구는 받아들일 뜻이 있음을 암시했다. 로이터통신은 파판드레우 총리가 신임투표에서 승리하면 과도정부에 권력을 넘겨주고 퇴진하는 데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파판드레우 총리가 재신임을 받기 위해서는 과반(151표)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현재 집권 사회당은 총 300석 가운데 152석을 유지하고 있다.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 총리 퇴진,정권 붕괴,조기 총선 수순을 밟게 된다. 그리스법상 총선은 3주 내 치러진다.

한편 미국 경제방송 CNBC는 그리스발 재정위기로 은행들이 유로존 국채시장에서 대거 이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BNP파리바는 3일 26억유로 규모 그리스 국채를 상각했다. 재정위기 감염을 우려해 스페인과 프랑스,독일 국채 보유량도 줄였다. ING도 최근 4개월간 그리스,이탈리아,아일랜드,포르투갈,스페인의 국채 보유량을 54억유로어치가량 축소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